“부대장 지신데 감봉이라니…” 법원 세월호 애도 때 회식한 군인 징계 부당

입력 2015-12-22 08:11
사진=국민일보 DB

세월호 애도기간에 일곱 차례 걸쳐 동료들과 술자리를 한 군인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은 지나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상관의 지시로 술자리에 참석한데다 함께 했던 상관들은 근신 처분에 그쳤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다.

수원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장순욱)는 22일 육군 소속 A씨가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며 육군 제55보병사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육군 제55보병사단 보급수송근무대에서 근무하던 작년 4월25일 경기도 용인의 한 식당에서 부대원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등 1개월 동안 7차례 술자리에 동참했다. 술자리는 대부분 동료의 진급 또는 생일을 축하하려고 마련된 자리였다.

당시에는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로 전국적으로 추모와 애도의 분위기가 형성돼 육군참모총장이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는 언행, 세부적으로 각종 회식, 음주가무 등 국민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금지한다”는 근무기강 확립 지시를 내린 때였다.

A씨는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결정을 받았다. A씨는 이의를 제기해 감봉 2개월로 감경처분을 받았지만 여기에 불복하지 않았다.

그는 술자리에 참석한 8명 중 3명에 대해서만 징계처분을 했고 A씨보다 상관인 2명은 근신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에 그쳤다는 점을 들어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정식 재판을 청구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징계를 받을 만한 사유는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게 무겁고 형평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소속 부대장의 지시나 권유에 따라 술자리를 가진 것이어서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이 사건으로 원고가 업무 추진에 중대한 차질을 줬다고 볼 자료도 없고 비행의 정도도 약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상 원고의 행위는 근신 또는 견책에 해당 한다”고 부연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