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이슬람 무장단체가 버스를 납치해 기독교인들을 가려내려고 하자 함께 탄 이슬람교도들이 이를 거부해 인명피해가 크게 줄었다.
케냐 북부지역에서는 21일(현지시간) 다수의 이슬람 무장단체 요원들이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부 만데라 카운티로 향하던 시외버스를 납치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만데라 인근 다바시티와 보레홀레 지역에서 버스를 납치한 이들 무장단체는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하고서 무슬림이 아닌 승객들은 모두 버스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무슬림 승객들은 그러나 “우리 모두 죽이든지 아니면 내버려 두라”고 말하며 기독교인들만 가려내 살해하려는 납치범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들 무장단체는 국경을 넘어온 소말리아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조직 알샤바브로 추정되는 가운데 아직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알샤바브는 지난 4월 초 인근 가리사 대학교 캠퍼스에 난입하고서 기독교인들만 가려내 즉결 처형식으로 사살, 대부분 학생인 14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버스 승객들이 기독교인 분리 요구를 거절하자 납치범들은 그대로 자리를 떠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부책임자인 줄리어스 오티에노는 오전 7시경 사건이 발생했다며 “현재 입수된 정보로는 버스에서 내리다 도주를 시도한 승객 1명을 포함해 2명이 사망하고 버스 운전사 등 3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만데라 카운티의 알리 로바 주지사는 승객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기독교인을 가려내려는 테러범들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 네이션에 밝히고 “괴한들은 승객들의 거절로 시간이 지체돼 인근 마을에서 주민들이 보복에 나설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황급히 현장을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케냐 무슬림 "기독교인 죽이려면 우리도 죽여라"
입력 2015-12-22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