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400여건 중 53건만 처리”…내일 국회 본회의도 무산

입력 2015-12-21 20:27

내년 4·13 총선 선거구 획정과 주요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협상이 헛바퀴만 돌아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여야는 양당 지도부 합의에 따라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22일에는 환경노동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상임위 활동을 개시했다. 이 가운데 환노위는 노동개혁 5대 법안이 걸린 '쟁점 상임위'다.

그러나 12월 임시국회의 상임위 활동이 개시된 이날부터 법사위와 교문위 모두 삐걱댔다.

406건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던 법사위는 오전 중 53건의 무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오후 들어 최저임금법을 놓고 여야의 주장이 맞서면서 파행한 것이다.

교문위는 아예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여당이 요구하는 고등교육법과 야당이 제시한 교육환경보호법을 처리하는 데 의견이 접근됐지만, 다른 법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한 결과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노동개혁 5대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 쟁점법안은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여당은 상임위 심사가 재개되자 사실상 이들 법안의 합의 처리에 물꼬를 텄다고 보고 있지만 야당은 상임위에서 신중히 들여다보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며 연내 처리에 협조할지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처리된 법안이나 안건은 '물 만난 물고기'"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연내 일괄 처리를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에서 이번 주 중 이들 법안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한다는 계획에 따라 이날 원내지도부와 해당 상임위 간사단 회의에 이어 기업활력법 제정 촉구 간담회를 여는 등 고삐를 바짝 죄었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가 직접 쟁점법안들의 내용을 챙기며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처리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했다. 이날 오후에는 문 대표 주재로 이목희 신임 정책위의장과 관련 상임위 간사들이 참석하는 '입법전략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처리를 주장하는 노동개혁 5대 법안 중 파견법과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 강경하고, 기업활력법에 대해선 정책위의장과 관련 4개 상임위 간사의 '5+5 협상'으로 풀자는 역제안을 하는 데 그쳤다.

여야는 22일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및 쟁점법안 계류 상임위 위원장과 양당 간사가 만나 이들 법안의 처리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지만, 이 자리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쟁점법안 협상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이날 법사위의 '벼락치기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22일 본회의도 무산됐다.

선거구 협상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복잡한 '셈법'이 맞물린 탓에 더욱 교착 상태에 빠진 양상이다.

정의당이 전날 여야 협상 테이블에 정당 득표율 3∼5% 미만이면 비례대표 3석을, 득표율 5% 이상이면 비례대표 5석을 우선 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여야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의당 중재안에 대해 확답을 미룬 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이유로 소수정당의 난립을 반대해온 기존 입장을 감안하면 수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중재안을 받아들일 경우 야당의 '파이'만 키워주고, 추후 야권 연대로 총선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조만간 '안철수 당'과 '천정배 당'이 연합하고 거기에 새정치연합 이탈세력 등이 가세해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뒤죽박죽 야당이 등장할 것 같다"며 야권의 정치지형 개편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중재안을 대안으로 삼아 지역구 의석 확대와 비례대표 의석 축소에 따른 소수 정당의 피해를 보전하자는 입장이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개혁하고 투표의 등가성 및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라는 국민의 열망을 철저히 외면하며 같은 주장만 반복한다"고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다만, 문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면서 자신의 지지세력을 이끌고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이날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히면서 새정치연합도 '소수정당 의석 보호'가 마냥 달가울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