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발언서 태극기까지..” 與, 野 ‘文·安·朴’ 동시 조준 십자포화

입력 2015-12-21 20:25

새누리당이 21일 한때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20대 총선을 공동으로 지휘할 임시지도체제로 거론됐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을 동시 조준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야권의 잠재적 대권 트로이카인 이들 세 사람이 내년 총선 직전이나 총선까지 각개약진을 한 뒤 그 때까지의 성적표를 놓고 대권경쟁에 나설 수 있음을 감안해 한 사람에게 공격을 집중하기보다 화력을 배분하며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들 세 사람의 틈새를 적절히 벌려 놓으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에 대해선 '어르신 발언'을 끄집어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문 대표는 전날 토크콘서트에서 "바꿔야 된다는 의지가 어르신들에게는 없는 것"이라고 해 '노인 폄하 발언'이라는 논란을 낳았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에서 "노인폄하발언이 새정치연합의 DNA가 아니냐. 새정치연합은 '고려장 정당'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그런 발언이 많다"고 포문을 열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노인 폄하가 잊을만하면 또 나오는 것을 보니 실언이 아닌가 보다"고 비꼬았고, 이장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표의 발언으로 '불효 정당', '어르신 폄하 정당'이란 이름값을 또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날 콘서트에 문 대표와 함께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해선 '총선 승리'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광화문 광장의 대형 태극기 설치 여부를 놓고 서울시가 국가보훈처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을 공격 소재로 삼았다.

이장우 대변인은 박 시장이 콘서트에서 "총선을 이기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한 것을 두고 "현직 지자체장이자 국가 공무원으로서 엄격히 지켜야 할 선거중립, 정치중립의 의무와 선거관여 금지조항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노근 의원은 아침소리에서 "박 시장이 속셈이 '반(反) 태극기'가 아닌지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생각을 밝혀야 한다"며 "(언론 보도대로) 태극기 설치에 반대한 적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광화문 중심에 게양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공세를 폈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선 독자세력화로 인한 야권의 분열과 정치지형 변화를 꼬집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조만간 '안철수 당'과 '천정배 당'이 연합하고, 거기에 새정치연합 이탈 세력 등이 가세해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뒤죽박죽 야당'이 등장할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안철수식 '구호정치', '철수정치'가 어떤 식으로 결론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안풍(安風)'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문·안·박을 향해 일제히 '견제구'를 날린 것은 최근 세간의 이목이 야권에 집중되면서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기류가 심상치 않게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문 대표의 '어르신 발언'이나 박 시장의 '태극기 논란'은 각각 노인층과 보수층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을 고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들에 맞서 새누리당 전통 지지계층의 결속을 다지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