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수순이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충격파는 컸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1일 신당 창당을 선언하자 그 파괴력 여부와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놓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전체가 동요하는 모습이다.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였던 광주에서 '엑서더스'(대탈출)가 현실화할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텃밭인 호남에서 균열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지역별로 온도차도 감지됐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과의 연대·통합 불가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선거 때마다 박빙의 표차로 승패가 갈렸던 수도권에서는 '분열=필패'의 공포감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결국 민심의 향배가 관건으로 보인다. 상당수 의원들은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바닥여론을 청취하며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비주류 유력 인사들의 선택에 촉각을 세웠다. 한 중진인사는 "여론의 추이를 좀 더 봐야 하기 때문에 1월은 돼야 흐름이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구당모임을 비롯해 그룹별로 삼삼오오 대책모임을 갖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뚜렷한 묘안은 찾지 못하는 흐름이다.
◇수도권, 표분산 우려 속 "2012년 정통민주당 사태 재연될라" = 수도권 의원들은 '한광옥 정통민주당'이 야권표를 잠식하면서 수도권 6곳에서 여당에 승리를 내줬던 2012년 19대 총선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안 의원이 연대·통합 가능성에 쐐기를 박으면서 '일여다야(一與多野)구도'가 불가피해졌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그러나 호남과 달리 수도권은 여론의 추이가 아직 뚜렷하게 잡히지 않아 쉽사리 움직이지도 못한 채 좌불안석인 처지이다.
인천의 한 초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대하지 않으면 수도권은 다 위험해진다"며 "지역 민심은 야권이 하나로 뭉치라는 건데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지역 한 재선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수도권에 경쟁력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영입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김한길 전 대표 등 거물급 인사들이 움직인다면 수도권 의원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과 연합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며 "지난 총선 때 존재감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정통민주당도 야권표를 깎아 일부 지역에서 여권에 어부지리를 안겨는데, 신당의 파괴력이 커질수록 수도권 당선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리스크를 떠안더라도 떠나야하는 건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주류측 한 재선 의원은 "강력한 정당을 만들기에는 아직 국민적 지지가 약하기 때문에 큰 파괴력을 지닌 정당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나중에 가면 야권 지지자들이 누가 정권교체로 가는 길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요동치는 광주·전남 vs 상대적으로 잠잠한 전북 = 야당이 오랫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호남에서도 새정치연합과 신당간 경쟁구도가 불가피해지면서 현역 의원들이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호남 의원들이 전하는 '안풍'의 체감 강도는 광주>전남>전북 순이다. 광주·전남에 다선 의원이 포진해 있는 반면 전북은 초선 비중이 높은 여건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선거구 획정 윤곽이 나온 뒤 의원들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광주의 경우 현재 당에 남은 5명 의원 가운데 주류측 강기정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이 탈당 결심을 사실상 굳히거나 심각하게 고민하는 등 진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다가 유보한 권은희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선출직 공직자로서 지역민의 그릇 속에 제 생각을 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따라 오늘부터 4일간의 의정보고회와 지역민의탐방 시간을 가진 뒤 입장을 발표키로 했다"고 밝혔다.
장병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지날 수록 신당에 대한 지지가 확연하게 높아지는 것 같다"고 했고, 임내현 의원은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전남의 한 초선 의원은 "대체로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했고, 한 중진 의원은 "상당수가 탈당하라고 하지만, 분열은 안 된다는 여론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의 한 초선 의원은 "전북이라고 신당 바람의 무풍지대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아직은 잠잠한 편"이라면서 "아직 탈당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호남 분열이 시작됐다” 안철수 신당 바람 수도권까지 상륙?
입력 2015-12-21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