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안철수 신당 바람에 거물급 험지차출론으로 맞불 작전 전개

입력 2015-12-21 18:18

새누리당에서 내년 4·13 총선 공천과 관련, 원외(院外) 간판급 인사들의 '수도권 험지출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일각에서 거론되던 험지출마론을 공론화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는 훌륭한 경험과 경륜은 물론 높은 인지도를 갖춘 인재들이 참으로 많이 계시다"며 "(이들이) 수도권 접전지에 출마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승리를 위해 앞장서 주신다면 안정적 과반 확보로 총선 승리는 물론 후반기를 맞은 박근혜 정부를 위해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특히 부산 해운대 출마를 저울질 중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직접 거명해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맞장구를 쳤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지지가 있고 우리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들을 찾아내 경선에 참여하도록 권유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기자들에게 "그런 분들이 (수도권 험지에) 가서 경쟁을 해서 살아오시면 좋겠다는 데 (최고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특히 안 전 대법관에게 지도부 차원의 험지출마 '압박'이 집중된 것은 그가 공교롭게도 지난 14일 예정됐던 출마선언을 돌연 연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 전 대법관은 "현재로선 부산에 출마하려는 계획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선 청와대와 당 지도부, 또는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에 이미 교감을 마친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이 같은 험지출마론은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두 가지 변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획정 협상에서 여야간 의견접근을 이룬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최종합의가 이뤄질 경우 수도권은 총 10석(서울 1석, 인천 1석, 경기 8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전체 지역구의 절반에 가까운 112석(48.2%)이 수도권에 분포하게 돼 수도권 선거결과가 더 중요하게 된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이날 신당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의 움직임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선거의 경우 여야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선거전 막판에 '안풍(安風·안철수바람)'이 몰아치면 수도권전선 승리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는 만큼 '확실한 승부수'로 안풍을 잠재워야 한다는 포석인 것이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험지출마론은 결코 사지(死地)에 밀어 넣겠다는 게 아니다. 박빙의 초접전 승부가 예상되는 험지(險地)에 경쟁력 있는 분들이 나서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그러나 당 중진 현역의원의 험지차출 주장에 대해선 "다선·중진이라고 해서 지역구 유권자와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라는 법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험지출마 요구는 다른 유력 원외 인사에게로도 번질 조짐이다. 서울 강남권 벨트나 대구·경북(TK) 등 새누리당의 '텃밭'에 출사표를 던지고 소프트랜딩을 시도하려던 전직 의원, 고위 관료 등이 우선대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당에 자산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한 지역에 몰려 있는 건 '교통정리'가 필요하지 않나"라며 "(이미 출마를 선언한 분도) 해당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기존에 험지출마 대상으로 지목된 인사들은 "이미 출마선언을 하고 사무소까지 차렸는데 무슨 소리냐"며 손사래를 쳤다.

전날 서울 서초갑 출마를 선언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이름과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지역에서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건 정치가 국민 위에 있다고 여기는 부끄러운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최근 서울 종로에 선거사무소를 내고 선거운동에 착수, 당에서 험지출마 요구가 오더라도 응할 수 없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오 전 시장과 종로에서 맞붙게 된 박진 전 의원도 이날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