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네”… 왕관 뺏긴 미스 콜롬비아의 복잡한 표정

입력 2015-12-21 17:56 수정 2015-12-21 17:58
중계방송 영상 발췌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에서 수상자 발표 실수로 이미 줬던 왕관을 빼앗는 촌극이 벌어졌다. 위로조차 어색한 희비극의 주인공은 미스 콜롬비아 아리아드나 구티에레스(22)다.

구티에레스는 2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에서 사회자 스티브 하비(58)의 호명에 따라 무대의 한가운데로 등장했다. 세계 최고의 미녀를 뽑는 선발대회의 우승자, 즉 미스 유니버스를 발표한 순간이었다.

무대의 조명도, 청중의 박수도 오직 구티에레스에게만 향하고 있었다. 구티에레스는 청중들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손바닥에 입을 맞춰 날리며 영광의 순간을 만끽했다. 구티에레스의 머리엔 왕관이 씌워졌다.

하지만 환희는 잠시였다. 하비는 정색하며 “사과할 일이 생겼다. 올해 미스 유니버스는 미스 필리핀”이라고 수상자를 번복했다. 선발대회의 우승자는 미스 필리핀 알론소 워츠바흐(26)였다. 구티에레스는 준우승이었다.




하비가 구티에레스를 호명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청중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하비는 말을 더듬으면서 “내가 실수를 저질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밤이다. 야유를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부탁했다.

여성 진행자는 무대로 등장해 구티에레스의 등을 다독이면서 왕관을 벗겼다. 왕관을 빼앗긴 구티에레스의 표정은 복잡했다. 워츠바흐도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복잡한 표정은 다르지 않았다.

구티에레스를 향한 위로와 격려가 지구촌 곳곳에서 쏟아졌다.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가 열린 카지노호텔 앞에서 차량 돌진으로 사망자 1명, 부상자 37명을 낸 사건까지 발생해 조직위원회의 허술한 운영에 대한 비난도 빗발쳤다.

구티에레스는 오후 5시(한국시간) 인스타그램에 잠깐이지만 왕관을 썼던 순간의 사진을 올리고 “당신의 영원한 미스 유니버스”라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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