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총선 쏙 빼고 정권교체만 외친 안철수 “탈당 의원들 사진은…”

입력 2015-12-21 15:00 수정 2015-12-21 15:57
사진=이병주 기자
회견 전문을 담은 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기자회견 사진 13장을 추가한 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혁신을 부르짖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이번에는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한 언급 없이 ‘정권교체’만 반복해 외쳤다. 안 의원이 21일 기자간담회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제목은 ‘미래를 위한 정권교체,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향해’였다. 이 제목을 포함해 ‘정권교체’는 총 10차례 언급됐다. 안 의원은 실제 회견에서도 이 대목을 매우 힘주어 읽었다. 하지만 일정이 촉박한 4월 국회의원 선거와 총선 승리 대책에 대해선 회견문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안철수 의원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에서 뒤늦게 총선 관련 질문이 나왔다. 취재진이 “오늘 회견문을 보면 내년 총선 승리에 대한 언급이 없고 정권교체만 말하는데,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안 의원은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개헌 저지선 확보”라며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 가져가는 걸 어떤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현실적 판단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야권의 과반 획득 실패와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전제한 발언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또 총선 승리 없이 대선 승리가 가능한 지도 미지수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회견문과 함께 이날 간담회 현장 모습을 스케치한 사진 2장을 첨부했다. 정면 사진 없이 옆모습과 뒷모습만 담겨 있었다. 안 의원에 이어 후속 탈당을 감행한 황주홍 문병호 김동철 유성엽 의원에겐 그나마 초점이 맞춰지지 못했다.

동반 탈당 의원들과 손잡고 일어나 포즈까지 취했는데 막상 이를 담은 사진이 없다는 본보의 지적이 나오자 안 의원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이날 기자간담회 사진 13장을 한꺼번에 추가했다. 후속 탈당 의원들의 얼굴과 회견장 밖의 모습도 담았다. 여기서도 주인공은 안 의원이라기 보다 취재진이나 주변인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한 안 의원의 현재 모습이 담겨있다.

다음은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기자회견문 전문

2015.12.21 기자간담회

미래를 위한 정권교체,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향해

부족한 제게 국민들께서는 많은 기대를 하셨습니다.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라는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그동안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실망을 안겨 드렸습니다.

야당에서 변화의 근거를 만들어 보고자 민주당과 통합했지만, 그 안에서 끝까지 혁신해내지 못하고 당을 떠난 데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동지 분들과 지지자 여러분께도 마음에 큰 상처를 드렸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에게, 또 새정치연합의 당원 여러분과 지지자들에게 큰 마음의 빚을 졌습니다. 그 빚을 갚을 길은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혈혈단신, 외로운 길을 떠난 제게 국민 여러분께서 과분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큰 격려이면서 동시에 엄청난 질책이 담겨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정말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주신 소중한 불씨를 잘 살려나가겠다는 다짐을 드립니다.

저는 국민들께 분명하게 약속합니다. 지금 만드는 정당은 두 가지를 이루려는 것입니다.

첫째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겠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 성공시대를 약속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국민행복시대를 약속했습니다. 약속을 지켰습니까? 대기업과 부자는 좀 더 성공하고 좀 더 행복해졌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지난 두 정권에서 더 힘들어졌습니다. 모든 지역, 모든 세대, 대부분의 계층이 다 어려워졌습니다.

저와 신당은 삶이 힘겨운 보통 사람들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저와 신당은 불공정한 세상에 분노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저와 신당은 세금 내는 사람들을 억울하고 분노하게 만들지 않는 나라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반드시 정권을 교체할 것입니다.

둘째는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권교체여야 합니다.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정권교체여야 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두 참여하는 정권교체여야 합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도 대한민국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정권교체여야 합니다. 문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내놓는, 문제를 풀어가는 정권교체여야 합니다.

저는 분명하게 약속합니다. 청산해야 할 사람들과는 연대하지 않는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부패에 단호한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실력 있는 인재들이 모이는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는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생각이 달라도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저는 분명히 약속합니다. 부패에 단호하고,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있지 않고, 수구적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 모든 분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신당은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닙니다. 낡은 정치 청산과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범국민적 연합체가 될 것입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깨끗하게 승복하는 공정한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정당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기득권을 버리고 혁신하고 또 혁신하는 혁신정당을 만들겠습니다. 분열이 아니라 통합하는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2015년이 이제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며칠 뒷면 새해가 밝아옵니다. 우리 모두 앞을 보고 걸어야 합니다. 뒤를 보고 걸으면 멀리 갈 수도, 빨리 갈 수도, 똑바로 갈 수도 없습니다.

이 미래 정당, 국민 정당, 통합 정당 건설에 용감하게 모두 나서주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힘을 보여줄 때입니다. 어제도 참았고 오늘도 참고 있었지만, 내일도 참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참고 살아오셨고, 우리도 참고 살아왔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정치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간입니다. 국민의 결심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낡은 생각, 낡은 리더십, 낡은 제도를 뜯어고치는 새 정치의 역사적 장정에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12월 21일 안철수 <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