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1일 늦어도 내년 2월초까지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총선이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전'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신당을 만들어 선거체제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50일 목표 '초스피드' 창당 = 안 의원은 당장 금주부터 창당실무준비단을 가동하기로 했다.
창당실무준비단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태규 부소장이 맡아서 이끌고, 조만간 사무실을 마련해 실무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안 의원의 최측근인 이 부소장은 이미 안 의원이 탈당한 직후부터 신당을 전제로 안 의원의 측근들과 함께 실무 작업을 추진해왔다.
오는 27일에는 정강 정책 마련을 위해 전국 활동가들이 참석하는 집중 토론회를 개최한다. 안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새정치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내년초에는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늦어도 내년 2월 설 연휴 이전 창당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창당실무준비단 구성부터 창당 완료까지 불과 50일도 걸리지 않는 '초스피드' 일정인 셈이다.
안 의원은 당장 오는 22일 대전의 민생·경제 현장을 방문하고 지역조직인 '내일 포럼' 행사에 참석하는 등 조직 강화와 지지세 결집에 나설 계획이다.
◇88억원 국고보조금·'밥상머리 민심' 고려 해석 = 이 같은 일정은 무엇보다도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인재 영입을 통한 세불리기와 후보 공천작업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총선 두 달 전에는 창당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 같은 일정은 국고보조금 확보와 설 연휴 민심을 잡기 위한 다중포석이다.
안철수신당이 내년 2월 15일까지 교섭단체 규모의 신당을 구축할 경우 88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설 연휴 이전으로 창당 시점을 제시한 것은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설 명절 때 국민의 '밥상머리 여론'을 의식해, 신당을 '안주'로 올림으로써 지지세를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라는 관측이다.
◇제2의 새정치 실험 통해 정치개편 도전장 = 안 의원은 이날 신당창당을 선언함으로써 새정치연합추진위원회를 통해 독자신당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중단했던 새정치 실험을 다시 추진하게 됐다.
안 의원은 총선 목표를 개헌 저지선(100석)으로 야심차게 설정했다. 제1야당의 위치를 확보함으로써 야권을 재편하고, 새누리당 일부 지지층을 흡수함으로써 정치판 전체 판갈이를 시도하겠다는 포부인 셈이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 가져가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게 마지노선"이라고 말했고, 문병호 의원은 "제2야당이 아닌 제1야당이 목표이다. 100석인 (야권 전체가 아닌) 신당만의 목표"라고 밝혔다.
◇독자기반 마련·'강철수 리더십'으로 대선 겨냥 = 이 같은 정치개편 의지는 안 의원 자신에게는 차기 대선을 정조준한 전진기지 구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안철수 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경우 야권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 잠재적 경쟁자에 비해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조직과 세의 열세를 절감하며 번번이 물러난 탓에 생긴 '철수(撤收)정치'라는 오명을 더 이상 감수할 수 없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지난 3년여의 정치경험을 통해 보다 성숙해진 '강철수(강한 안철수)'의 면모를 과시, 정치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우월한 과반을 차지해 야권 전체가 패배하고, 더욱이 안철수신당이 제3당에 머물 경우, 안 의원은 야권분열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인물영입 균형모색·새정치 구체화는 숙제 = 안 의원의 재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번째 도전이 실패했던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추진위원회 시절 창당 실험이 결국 실패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난을 이번에는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 의원측 내부에서도 나온다.
안 의원이 최근 인물 영입 3원칙을 제시하면서 "배제가 아닌 통합의 원칙"임을 분명히 밝힌 것도 이 같은 기조로 해석된다.
반면 새정치연합 탈당파 의원들이 합류하면서 기성 정치인 위주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할 위험성도 지적되고 있다.
안 의원도 교섭단체 구성 목표에 대한 질문에 "국회의원이 많이 참여하는 건 민심에 영향을 주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고 목표는 아니다. 목표는 국민의 지지"라며 국회의원 영입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의원이 정치입문 때부터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새정치라는 가치가 여전히 불분명하고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총선 의석, 개헌 저지선 100석 목표” 교섭단체 구성시 88억 국고보조금 실탄 확보 가능
입력 2015-12-21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