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이 있으면 피하고 보는 일반인과 달리 소방관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목숨을 걸고 위험을 무릅쓰라는 명령이 순간마다 이어지는데, 어떤 소방관의 죽음은 순직이 되고,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하다.
급기야 숨진 소방관의 유족이 방송에 나와 “고드름 따다 죽은 사람은 (순직 처리가) 되고, 고양이를 구출하다 죽은 사람은 안 되는 거”라며 “정말 정확한 기준이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 경남에서 말벌집을 제거하려고 출동했다가 사망한 이종태 소방관의 부인이 꺼낸 말이다.
이 소방관의 부인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남편의 죽음이 순직 판정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해 “어처구니 없다”고 했다. 부인은 “남편이 (출동한) 그 곳이 위험한 곳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있어야 되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또 “이 세상을 살고 있어야 되지 않겠냐?”라고 물었다. 부인은 “지나가는 119 차량만 봐도 남편이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곤 한다”라고 했다.
정부가 이야기한 순직의 기준, 보호복 착용 및 안전 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부인은 “그러면 전쟁 중에 헬멧이 벗겨져 머리에 총을 맞으면 순직이 아니겠네요”라고 했다. 이어 “정부에서 개인 장비를 100% 지급을 다 하고 난 뒤에 장비를 착용했느니, 안했느니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면서 “그렇지만 보호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보호구 타령만 하고 있으니까 안타깝다”라고 했다.
이 미망인은 남편 장례의 부조금을 모아 기부를 했으며, 순직 처리 및 보상금 여부보다 소방관의 처우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절히 진짜 원하는 바입니다”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누가 목숨걸고 현장 가겠나” 말벌 소방관 유족의 물음
입력 2015-12-21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