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번의 우발적 性범죄?” 女몰카도 의전생이 찍으면 무죄

입력 2015-12-21 09:29 수정 2015-12-21 16:27

의학전문대학원생이 183명의 몰카를 찍고도 기소 유예를 선고받아 논란이 예상됩니다. 검찰은 의학전문대학원생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우발적인 범죄라는 이유에서 선처했지만 여론은 들끓고 있습니다.

20일 한 의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8개월 동안 신천역 등 지하철역에서 183여명 여성의 치마 속 몰카를 찍었습니다. 주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찍은 다음 역사 밖으로 나와 여성의 얼굴과 뒷모습도 함께 찍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는데요.

여론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검찰이 A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A씨의 범죄가 우발적이었고 그가 잘못을 반성한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는데요.

시민들은 “183번의 우발적 범죄가 가능하군요”라며 혀를 찼습니다. “183명이 우발적, 아니 한두명도 아니고 183명이 우발적이라니… 대단하다. 대한민국, 성범죄자들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려 하겠군” “이런 자가 의사가 되면 여성들을 옳게 진료하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시민들을 한 번 더 우려케 한 것은 A씨가 183명의 몰카를 찍는 동안 한번도 발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A씨의 범행은 여자친구가 사진을 발견해서야 들통 났는데요. 사진 속에는 여자친구와 A씨의 친여동생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대통령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까지 하며 국가의 혜택을 받은 그가 저지른 범행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죠.

2010년부터 2014년 7월까지 5대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절도·폭력)로 검거된 의사의 수는 2890명에 이릅니다. 특히 강간과 강제추행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340명에 달하는데요.

전문직 중에서도 유독 의료계의 성범죄가 많은 이유는 다른 직군에 비해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벼운 수준에서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의료법은 구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일시적으로 취소하고 의대생의 경우 면허 취득을 집행유예기간 동안 제한하고 있는데요. 법은 이들의 직업 박탈을 우려해 벌금형이나 기소 유예를 판결하고 있습니다.

최근 광주지역의 한 의대생은 자신의 학교 동료를 4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가 벌금형을 받게 되면 의사 면허 취득이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해 1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에서 그쳤습니다.

올해 초 수면내시경을 받는 여성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은 벌금형일 때도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하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에서 국회통과가 무산됐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