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할 거야.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god(지오디)야. 같이 있을게. 우리는 이제 안 헤어질 거예요.”
윤계상(37)은 불안해하는 팬들을 이렇게 다독였다.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5 god 연말 콘서트에서다. 11년 세월만큼 깊었던 상처는 이제야 완전히 아물었다.
지난 16일부터 5일간 이어진 공연은 2002~2003년 진행한 100회 콘서트의 축소판이었다. 다섯 멤버 손호영(35), 김태우(34), 박준형(46), 안데니(37), 윤계상이 하루씩 호스트를 맡았다.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평일, 수용인원 1만명 이상의 대형 공연장을 채우기란 결코 쉽지 않으니 말이다.
여기서 간과한 사실 하나. 돌아온 국민그룹의 위엄이랄까. 5일 내내 하늘색 야광봉 불빛으로 가득 찬 체조경기장은 상상 속 일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파격이었다. 늘 엔딩을 장식하던 ‘하늘색 풍선’으로 포문을 열었다. 돌출 무대에서 깜짝 등장한 다섯 남자는 ‘니가 있어야 할 곳’ ‘스탠드 업(Stand Up)’을 연달아 불렀다. 관객들은 당황할 틈도 없이 자연스럽게 리듬을 탔다.
1시간 넘게 오프닝 인사조차 없었다. ‘사랑이야기’ ‘댄스 올 나잇(Dance All Night)’ ‘관찰’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중간 중간 VCR화면이 나올 때 한 숨 돌리는 걸로 족했다. ‘왜’ ‘니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애수’ ‘웃픈 하루’까지 쉴 틈 없이 내달렸다.
이번 콘서트의 특별한 시간, god 리퀘스트 코너가 돼서야 익숙한 그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god입니다.”
지난 나흘간 이 코너는 관객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불러주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날만은 달랐다. 호스트이자 생일은 맞은 윤계상이 요청한 노래를 네 멤버 목소리로 선사하기로 했다.
“제가 잠깐 god에서 벗어나있을 때 god가 발표한 노래를 정말 듣고 싶었어요. 그동안 콘서트 하면서, 저 때문에 6·7집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 마음을 알거든요. 너무 고마워요. 근데 그 또한 god의 역사잖아요. 저도 팬으로서 오늘 그 무대를 보고 싶어서 부탁했는데 이렇게 흔쾌히 응해줬어요. 여러분도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윤계상은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그리고는 돌출무대로 나와 멤버들 쪽을 바라보고 앉았다. 본인이 고른 곡들이 울려 퍼질 때마다 그는 감격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김태우가 작사한 ‘기억과 추억’, 6집 수록곡 ‘반대가 끌리는 이유’, 7집 타이틀곡 ‘투 러브(2♡)’가 차례로 소개됐다.
그리고 마지막 한 곡이 남았다. “이 노래는 금지곡이라고 하더라고요?” 윤계상이 운을 떼자 팬들은 술렁였다. 슬픈 예감은 역시 틀린 적이 없다. god가 활동중단을 앞두고 발표한 7집 수록곡 ‘하늘 속으로’였다.
‘이 곡만큼은 듣고 싶지 않다’는 아우성이 공연장을 메우자 윤계상은 차분하게 팬들을 다독였다. 걱정하지 말라고. 다시는 god를 떠나지 않는다고. 우리는 이제 안 헤어질 거라고. “여러분에게 받은 사랑이 우리 맘속에 영원히 기억될 거라는 가사가 너무 좋아서 선택한 거예요. 여러분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괜찮아.”
노래가 흐르는 2분여동안 객석은 역시 울음바다가 됐다. 곳곳에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노래가 끝난 뒤 윤계상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걱정하지 마요.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고(웃음)…. 절대로 헤어지는 일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엄청 엄청 하늘만큼 우주만큼.”
객석에는 어느새 서서히 웃음이 번졌다. ‘하늘 속으로’는 이제 더 이상 슬픈 노래가 아니게 됐다.
god의 노련함으로 분위기는 금세 전환됐다. 히트곡 퍼레이드로 다시 한 번 뜨거워졌다. ‘어머님께’ ‘거짓말’ ‘길’ ‘프라이데이 나이트(Friday Night)’ ‘0%’ ‘촛불하나’…. 제목만 들어도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는 곡들이다.
8집 수록곡 ‘미운오리새끼’ ‘하늘색 약속’과 신곡 ‘니가 할 일’도 빠지지 않았다. 떼창이 나오지 않은 곡은 단 하나도 없었다. 3시간여 공연을 god와 관객들이 함께 완성했다. 이들의 엔딩곡은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였다.
god 연말 콘서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24~25일 대구, 30~31일 부산에서 팬들을 만난다. 멤버들은 내년 콘서트 계획도 스치듯 언급했다. 또 어떤 기억과 추억이 채워질까.
윤계상이 유난히 행복한 표정으로 듣던 ‘기억과 추억’ 가사가 귓가에 맴돈다. ‘우리 아픈 기억들도/ 너와의 슬픈 그 기억들도/ 가슴속에 스며들어오면/ 밝은 저 태양보다/ 좀 더 환한 미소가/ 이제 웃을 수 있는/ 예쁜 추억으로.’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이제 안 헤어져” 윤계상의 약속, 다시 찾아온 god의 보통날
입력 2015-12-21 01:22 수정 2015-12-21 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