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법안 1만개 이상 폐기 위기” 역대 최다 22명 의원직 상실

입력 2015-12-20 17:16

19대 국회가 12월 임시국회를 끝으로 사실상 의정활동을 마무리하게 된다.

국회법상 내년 2월에도 임시국회가 자동소집되고 그 이전에라도 필요에 따라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 있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잇따른 이합집산…정치권 요동 = 19대 국회는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절반을 넘긴 152석을 확보하면서 여대야소 구도로 출발했다. 새누리당은 이후 자유선진당과의 합당, 재보선 승리 등을 거치며 현재 전체 의원 294명 가운데 157명을 확보, 여전히 과반을 유지하고 있다.

127석으로 출발한 민주통합당은 2014년 3월 안철수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과 합쳐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다. 그러나 최근 최근 안철수 의원과 일부 의원들이 탈당하고 재보선에서 패배하면서 의석수가 122석으로 줄어들었다.

13석을 얻어 제3당의 입지를 굳혔던 통합진보당은 총선 직후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정에서의 부정논란 등으로 정의당(5석)이 분당해 나온 데 이어, 이른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인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정당심판을 받아 강제 해산됐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다른 진보세력을 규합, 내년 총선에서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의원직 상실·사퇴 22명…역대 최다 = 19대 국회에서는 21명의 의원이 선거법 위반이나 각종 비리에 연루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여기에다가 성추문으로 의원직을 자진사퇴한 심학봉 전 의원까지 합치면 모두 22명이 의원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역대 최대규모다.

새누리당에선 친박계 중진인 송광호 전 의원(철도비리 뇌물수수)을 비롯해 11명(탈당자 포함)이 의원직을 내놓았다. 새정치연합에선 한명숙(불법정치자금수수)·김재윤(입법로비 뇌물수수) 전 의원을 비롯해 4명이 의원에서 물러났다.

옛 통합진보당 소속 김선동 전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의 '최루탄 투척' 사건으로, 나머지 소속 의원이었던 5명은 위헌정당 심판으로 각각 의원직을 상실했다.

◇쟁점법안마다 여야 대립… 법안 처리율 36.8% 저조 = 19대 국회에서 법안을 비롯한 의원들의 안건 발의는 왕성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까지 19대 국회 에서 발의된 의안은 1만8천239건, 이 가운데 법안만 추려내면 1만7천372건이다. 역대 최대규모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처리된 의안은 7천34건, 법안은 6천398건으로 처리율이 각각 38.6%, 36.8%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안 1만여건 이상을 포함해 의안 1만1천여건이 자동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올해 정기국회의 경우 5차례 열린 본회의에서 469건의 법안을 처리했지만, 대안반영으로 폐기된 법안 218건과 철회된 법안 10건을 제외하면 실제로 원안 또는 수정안으로 가결된 법안은 241건에 불과했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비롯한 각종 동의안 등을 모두 포함해도 처리된 의안은 525건이다.

이는 18대 국회의 정기국회(2008년 2천147건, 2009년 1천138건, 2010년 1천56건, 2011년 1천69건)보다 저조할 뿐만아니라 19대 국회 다른 해(2012년 686건, 2013년 854건, 2014년 529건)보다도 생산성이 뚝 떨어지는 성과다.

◇선진화법이 '후진화' 초래…대화와 타협 정치 실종 = 이처럼 올해 국회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것은 무엇보다도 대화와 타협 정치의 실종을 꼽을 수 있다.

1년 내내 국회는 계속 열렸지만 여야간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과 파행이 반복되면서 안건처리는 교착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20대 총선이 채 4개월이 남지 않았는데 정치권이 아직 선거구획정 협상조차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야간 정치 실종의 대표적 사례다.

19대 국회부터 적용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도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을 받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개정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여야간 합의를 통해 국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회운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다.

그 결과 다수 당이 힘으로 안건을 밑어붙여서 처리하는 '날치기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 몸싸움은 물론 심지어 해머, 전기톱까지 등장했던 '폭력국회'라는 오명은 씻어냈다.

반면에 어느 한 당이 국회 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회는 올스톱되는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최근 노동개혁 관련 5대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의 처리가 계속 지연되자 직권상정 여부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입법부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국회선진화법이 초래한 단면이기도 하다.

다만 국회선진화법에서 국회의 예산안 처리에 대해선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본회의에 자동부의토록 함으로써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도록 한 것은 순기능으로 꼽힌다. 대신 일각에서는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