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족도 복무중인 장병 보러갈 수 있어요" 육군 '호국이의 희망나들이' 프로그램 실시

입력 2015-12-20 15:44
경남 사천에서 사는 지체장애 3급인 설문삼(53)씨. 그는 막내아들이 군에 입대했지만, 휠체어를 타고 부대까지 찾아가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육군이 이달 들어 시작한 장애가족 면회지원 프로그램인 ‘호국이의 희망나들이’의 첫 주인공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20일 육군에 따르면 설씨의 아들 설준욱 이병(20)은 지난 11월 경기도 양평에 있는 20사단 신병교육대대에 입소했다. 설 이병은 군 복무 중인 형 설준영 병장(22)에 이어 자신마저 입대하게 되자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가 홀로 남은 것에 대한 걱정이 컸다. 아버지는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길 바란다”고 오히려 격려했지만 걱정이 가시지는 않았다.

신교대 수료식이 열린 지난 10일. 설 이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당연히 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수료식이 끝나고 쓸쓸히 서 있는 설 이병 앞으로 휠체어를 탄 아버지가 나타났다. 육군은 설 이병에게 깜짝 선물을 주고 싶어 아버지가 수료식 참석을 비밀로 했다고 전했다. 설 이병은 “아버지가 잘 계신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며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육군은 지난 10월 기아자동차 및 사단법인 그린라이트와 협약을 체결하고 11월부터 장애가 있어 면회하기 힘든 가족들의 신청을 받아 매달 다섯 가정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대상자로 선정된 가족들은 기아자동차의 초록여행 차량인 ‘카니발 이지무브’와 면회여행 경비를 지원받는다.

‘호국이의 희망나들이’ 신청은 육군에 복무 중인 현역 장병의 장애조부모, 장애부모나 장애형제라면 누구나 가능하며, 신청이 어려운 장애가정은 소속부대 지휘관의 대리 신청도 가능하다. 신청은 초록여행 홈페이지(www.greentrip.kr)에서 할 수 있다.

육군은 “호국이의 희망나들이는 장애가족이 있는 장병의 복무의욕을 고취하고 사기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한 다양한 민간 공동 협력사업을 발굴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