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 차관급 남북당국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의한 가운데 '벌크캐시'(대량현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비록 회담은 결렬됐지만, 북측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논의할 여지를 열어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벌크캐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관련이 있다'고 딱 이야기하기는 좀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개성공단에는 1년에 1억 달러가 넘게 들어가는데 그것은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고 대량파괴무기(WMD)와 무관하다는 공감대가 있기에 유엔제재와 무관하게 지속하고 있다"면서 "금강산 관광 대금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금강산 관광 대금이 벌크캐시에 해당하는지는 우리 정부가 대금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고 국제사회를 설득하느냐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기계적인 판단기준을 들이대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강산 관광 대금은 은행 계좌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외교행낭 등을 통한 대규모 현금 밀반입 등을 겨냥한 벌크캐시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전달방식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그런 문제는 논의될 시점에 가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애매한 태도는 향후 남북관계 진전 상황과 유엔과의 의견조율을 모두 감안한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가 적극성을 보이기 힘든 배경에는 현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고 해도 여론의 반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이 처음 시작됐을 당시와 지금은 금강산 관광과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이 달라졌다"면서 "단순히 문을 열면 관광이 되고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북측이 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 제도화 등 4대 선결조건 해결 등을 통해 우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 남북당국회담에서 적십자 회담과 금강산관광 실무회담 개최 일자를 내년 1월말로 맞춰서 제의한 것도 금강산 관광 재개에 집중하는 북측의 입장을 고려하는 동시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비슷한 시기에 적십자 본회담과 실무회담을 열자는 것이 (사실상 두 문제를 연계함으로써)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선후를 따지기보다 가능할 때 같이 열어서 풀어 가자는 취지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24 조치 역시 이번에는 논의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회담이 진행되면 당연히 이야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다른 분야 실무회담도 생길 수 있는데 순서를 따지기보다 여력만 된다면 같이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관련 있다고도 없다고도 하기 어렵다” 금강산 관광 벌크캐시 논란 재개
입력 2015-12-20 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