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없이 끝난 3차 민중총궐기… 경찰 “문화제가 집회로 변질, 사법 조치”

입력 2015-12-19 20:53
사진=박세환 기자

소란스럽고, 요란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경찰과 마찰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다만 경찰은 주최 측이 주장했던 ‘문화제’가 ‘집회’로 변질된 것으로 보고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관계자를 사법 조치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3시 소요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열린 총궐기는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시민사회 단체와 시민 8000명(주최측 추산·경찰 추산 2500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은 당초 서울역광장과 서울광장을 집회장소로 신고했지만 경찰은 경우회 등 보수단체의 다른 집회와 시간·장소가 겹친다며 금지했다. 이후 주최 측은 행사를 문화제로 열겠다며 지난 11일 서울시로부터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받았다.

3차 집회는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적용된 소요죄를 풍자하는 행사로 치러졌다. 참가자들은 탬버린과 부부젤라, 호루라기, 막대풍선, 북과 꽹거리 등을 들고 나왔다. 이후 공연이 끝날때마다 저마다의 도구를 활용해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일부 참가자는 가면과 복면을 쓰고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복면 시위 엄벌 방안에 반발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고양이 가면을 쓰고 호루라기를 불던 김모(54·여)씨는 “정부가 말도 안 되는 혐의로 시민들을 잡아넣으려 하니 일부러 여럿이 떠들썩하게 들고 일어나고자 나왔다”고 말했다. 빨간 장식을 단 밀짚모자를 쓴 김정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평소 눈에 띄는 옷차림을 피하는 편이지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한 경찰을 풍자하기 위해 이런 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행사는 내내 평화롭게 진행됐다. 69개 중대 5400여명을 광화문광장과 행진로에 배치한 경찰은 세종문화회관부터 서울 파이낸스 빌딩까지 인간벽을 만들어 시위대의 경로 이탈을 막았다. 문화제를 마친 참석자들은 오후 4시40분부터 청계남로와 보신각, 종로5가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3.6㎞를 행진했다.

행진의 종착지인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농민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촛불문화제를 진행한 뒤 오후 6시30분쯤 자진 해산했다. 백씨의 차녀인 백민주화씨는 “아버지는 36일째 주무시고 계신다”며 “아버지가 일어나실 때까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날까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시위는 서울 뿐 아니라 충남·광주·전남·경남·강원·제주 등 1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주최 측이 밝힌 총 인원은 2만여명이다.

행사는 평화로웠지만 경찰은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투쟁본부가 당초 신고한 문화제가 집회·시위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참가자가 ①정치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사용하고 ②무대에 오른 발언자 대부분이 정치적 발언을 했으며 ③행사장 주변에서 시민을 상대로 한상균을 석방하라 등의 유인물을 배포하는 한편 ④사회자의 선동에 따라 참가자들이 구호를 제창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행사 전 사회자가 ‘다른 어떤 집회보다 오늘 문화제를 더 뜨거운 집회로 만들려 한다’며 스스로 행사를 ‘집회’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경찰이 평화로운 행사를 자의적으로 불법화하려한다”며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