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보기관 수장이 정치인들에게 반(反)이슬람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하자 일부 보수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호주안보정보기구(ASIO)를 이끄는 던컨 루이스는 최근 집권 보수당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슬람을 비난한 발언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와 함께 이슬람에 대해 발언할 때 말투를 순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중단 발언에 이어 전직 총리 토니 애벗의 서방 문화 우위론이 무슬림의 반발을 불러 극단주의자들의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호주 내 이슬람 사회와의 협력에도 문제가 생겨, 대(對)테러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정부 인사가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말문을 막으려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집권 자유당의 에릭 아베츠 상원의원은 “그쪽에서도 충분히 고민했겠지만, 공직자로서 그같은 행위가 가장 현명한 방식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루이스의 전화가 불편했다고 말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미카엘 섹스턴 법무차관은 “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고 또 그들에게 어떻게 말할지를 제시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19일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는 루이스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유당 소속 특수부대원 출신인 앤드루 헤이스티 하원의원은 자신도 루이스의 전화를 받았다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했다기보다는 단순히 전문가가 스스로 판단을 해 조언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말콤 턴불 총리 또한 루이스가 정치가들이나 언론인 등 가능하면 많은 사람과 접촉을 해야 한다며 “그가 호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들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만큼 루이스의 조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호주 정보수장 "반이슬람 발언 자제하라" 요구에… 보수파 의원들 반발
입력 2015-12-19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