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제네시스 EQ900 3.3 터보 모델을 몰고 서울·춘천 고속도로 2차선에 들어섰다. 운전대 오른쪽 크루즈 버튼을 누르고 조절 버튼으로 속도를 105㎞에 맞췄다. 액셀과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운전대에 손은 올려두었지만, 운전대를 조정하지는 않았다. EQ900는 알아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105㎞ 속도로 달리다가 앞차와 간격이 좁혀지자, 저절로 속도를 줄였다. 앞차가 사라지자 다시 알아서 속도를 올렸다. 커브길도 알아서 운전대가 조정됐다. 과속 단속기가 감지되자, 속도를 줄였다가 단속기를 지나치자 다시 속도를 올렸다.
서울 춘천 고속도로에서 30㎞ 정도 시험해본 EQ900의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은 놀라웠다. 운전 관련 법규 때문에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저절로 경보음이 울리고 기능이 해제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차선변경 없이 고속도로를 알아서 주행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양산차에 적용됐다. 다만 일반 도로에서는 HDA를 쓸 수 없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있어 자동차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야 작동이 가능하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150㎞ 이상 가속해도 기능이 자동 해제된다.
제네시스는 EQ900 뒷좌석에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편안한 시트와 정숙성이 뛰어났다. 베이지색 프라임 나파가죽으로 만든 뒷좌석에 앉아 좌석을 뒤로 젖히자, 등받이는 뒤로 젖혀지고 허벅지 앞쪽 부분이 약간 위로 들렸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주기 위한 각도 조절”이라고 설명했다. 소음제거에 들인 노력은 터널에 진입할 때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자동차가 터널 안으로 진입하면 소음이 크게 들린다. 하지만 EQ900는 일반 도로와 터널 진입 시 소음이 거의 없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남양연구소에 터널 구조 실험실까지 만들어 소음차단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소음을 차단하는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사용하고, 도어와 차량 하단부에도 소음 방지 처리를 했다. 타이어 소음을 줄이기 위해 특수제작한 ‘중공 공명음 알로이 휠’도 탑재됐다. 실제 주행 시 소음을 측정한 결과 사무실 소음 정도인 60~75㏈이 유지됐다. 음악 볼륨을 4에 맞춰놨는데, 고속 주행에서도 소리가 제대로 들렸다.
시승은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강원 춘천 로드힐스 클럽하우스까지 왕복 140㎞ 정도에 진행됐다. EQ900는 길이가 5205mm로 기존 에쿠스보다 45㎜ 길다. 일반적으로 ‘회장님 차’여서 직접 운전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직접 몰아본 3.3 터보 모델은 부담스러운 느낌이 없었다. 최고출력 370마력과 52.0㎏·m의 최대토크의 엔진 성능을 갖춰 부드럽고 힘찬 가속이 가능했고, 코너링과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차제 제어가 이뤄졌다. 현대차 측이 1만3000대의 사전계약자를 분석한 결과, 개인고객 비중이 에쿠스에 비해 11%포인트 늘었고, 수입차를 보유했던 고객이 EQ900으로 갈아타는 비율도 13%에서 20%로 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승한 3.3 터보 모델은 7700만원, 9300만원, 1억1100만원 세 가지 트림이 있다. 19인치 타이어 기준 공식 연비는 7.8㎞/ℓ(도심 6.1㎞/ℓ+고속도로 9.5㎞/ℓ)인데, 시승에서는 HDA 기능을 사용하고 정속 주행을 위주로 해 10.3㎞/ℓ이 기록됐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제네시스 EQ900, 혼자 고속도로를 달리다
입력 2015-12-20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