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황종근)는 18일 조희팔과 함께 수조원대 다단계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 등으로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54)씨를 구속했다.
대구지법 김종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장기간 도피생활을 한점 등에 비춰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강씨는 2004∼2008년 조희팔과 함께 고수익 의료기기 대여업을 미끼로 투자자 2만4000여명을 끌어 모아 2조500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희팔이 운영한 유사수신 회사 범죄 수익금 215억원을 횡령 또는 배임하고 대외 로비 창구 역할을 하며 뇌물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횡령한 돈이 중국 도피 자금으로 사용되거나 가족, 지인 등을 통해 돈세탁 과정을 거쳐 은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횡령한 돈 일부가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강씨와 조희팔 일당이 이용한 다수의 차명계좌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기 어려울 만큼 엄청나게 많은 차명계좌를 범죄수익금 은닉 등에 이용했다”며 “계좌추적에 어려움이 많지만 공범 조사 등을 진행하면 강태용이 횡령한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의 뇌물공여 및 범죄수익 은닉 혐의도 일부 확인했다. 강태용은 조희팔 사건 수사를 담당한 정모(40·구속) 전 경사에게 1억원을 건넸고, 임모(48·구속) 전 경사를 통해 주식 투자 형태로 6억원의 범죄수익금을 은닉했다.
검찰은 강씨가 조희팔 일당과 함께 2조5000억여원의 투자금을 횡령한 것과 뇌물공여 혐의 등에는 인정했으나 회삿돈 횡령은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를 구속하고 다음 주부터는 공범 등과 대질 신문을 진행한다. 대구지검은 지난 10월 강씨가 붙잡힌 뒤 조희팔 사건 관련자 10여명을 대구구치소와 대구교도소로 이감했다. 강씨에게서 2억7000만원을 받고 구속 수감 중인 김광준(54)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 대질신문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2008년 말 중국으로 도주한 강씨는 지난 10월 10일 도주 7년 만에 중국 장쑤성 우시시 한 아파트에서 잠복 중이던 중국 공안에 붙잡혔고 두 달여 만인 지난 16일 국내에 송환됐다. 강씨는 중국 도피 중 1~2차례 가족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후 조희팔 사건 피해자 단체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바실련)는 대구지검에 피해자 3675명의 서명을 받은 ‘전면 재수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 '뇌물공여, 횡령, 사기' 등 혐의 구속, 검찰 수사 본격화
입력 2015-12-18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