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홍용표 “김정은 권력 공고화...안정화 단계” 장기적으론 불안정 요인

입력 2015-12-17 16:46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돼야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고, 남북관계 대화통로가 커지면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6자 회담 등 국제적 협력과 함께 남북 사이에서도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홍 장관과의 일문일답.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의 격렬 원인은 무엇이고, 차기 회담은 언제쯤 제안할 것인가.

▲ 회담 결렬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남북 간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있어 남북 간 인식차가 있다. 정부 입장은 여러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풀어가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북한은 우선 금강산관광 재개를 합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내세웠다. 다음 회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일단은 상황을 좀 보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차근차근 '8·25 합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기본적 방향하에 앞으로 대화를 어떻게 끌고 갈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회담의 급을 높이는 것은 어떤가.

▲ 이번 회담이 합의 없이 종결됐지만 그렇다고 바로 회담의 급을 높인다거나 다른 형태를 생각하기보다는 그나마 만들어가기 시작한 회담의 틀 유지하면서 좀 더 회담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그런 회담 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일단 주고 우리가 원하는 선결조건을 받는 것은 어려웠나.

▲ 우리가 금강산관광 문제를 논의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금강산관광을 위한 실무회담 개최까지 제안했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원인은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의 총에 사망한 사건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관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관광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우리 국민이 금강산에 가서 즐겁게 관광하고 그래야 남북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무조건 재개한다고 풀리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못 받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고민은 안 했나.

▲ 이산가족분들에게는 죄송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원칙까지 훼손할 수는 없지 않으냐. 이산가족분들에게 가서 이해를 구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과 앞으로 남북관계를 장기적으로 끌어나가는데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는 그런 문제를 그냥 맞교환하는 식으로 합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 현 정부에선 내년밖에 시기가 없는 것 같은데 추진할 의향이 있느냐.

▲ 정부는 기본적으로 정상회담에 대해선 열려 있다.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고 평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정상회담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지금 현재 상황에선 안타깝게도 8·25 합의로 대화 모멘텀은 만들어졌지만, 차관급 회담은 일단 결렬됐다. 임기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내년 밖에 시간 없어서 내년에 꼭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고, 특히 박근혜 정부에선 그런 접근은 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임기 내 꼭 한번 정상회담을 해야지 않느냐는 정치적 고려에서 정상회담을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정상회담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

--최근 북한 모란봉 악단의 중국 철수를 북중 관계 악화의 신호로 봐도 되나.

▲ 북중 관계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행사 이후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모란봉 악단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정부도 파악 중이지만 북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기적으론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나름대로 회복세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집권 이후 중국이 전반적으로 대외관계를 풀어가는 속에 북한과도 과거의 전통적인 혈맹보다 보통국가 관계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최근 핵 문제에서 중국이 과거보다 훨씬 제재에 협력, 동참하고 핵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런 보통국가 관계란 흐름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다시 한다거나 그런 전략적 도발을 한다면 중국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제재라든지 그런 국제적인 비핵화를 위한 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통일연구원 보고서는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됐다고 평가했는데.

▲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문제도 역시 한마디로 판단하기 좀 어려운 분이다. 다만, 지금은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견해는 현재로선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했고, 어느 정도 안정화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불안정 요인이 있다고 얘기한다. 정부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대북 정책은 현재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추진하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본계약 체결은 언제쯤 가능할까.

▲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 리스크라는 부분이 있고, 그 리스크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해야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민간기업 3개사와 러시아 측의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고, 상당히 이견이 많이 좁혀진 것으로 안다. 언제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아마 곧 해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내년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 남북 대화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제도화 문제는 당장 한두 번 대화로 합의하는 문제는 아니고 내년에 정부 내에서 어떤 가시적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앞으로 남북대화가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겠다.

--내년 5월 북한의 노동당 대회를 어떻게 전망하나.

▲ 김정은으로선 자신이 추구해온 당 중심 체제, 김정은 체제를 대외적으로 선포하고 거기에 맞춰 대내외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을까 예측한다.

--6·15 남북공동선언 2항에 언급된 낮은 단계 연방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뭔가.

▲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연방제는 북측의 통일방안이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국내적으로 그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여론은 없다고 보고 그런 측면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받아들이거나 할 수는 당연히 없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