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협력업체, 부당하게 낮은 납품단가·계약서 없는 거래…불공정 관행 여전해

입력 2015-12-17 16:51
서울의 고무플라스틱 제조업체는 자재가격이 상승해도 원사업자가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업체 대표는 “대기업처럼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아 힘들다”고 호소했다. 경기 소재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신제품 개발 후 1~2년이 지나자 원청업체에게서 납품단가를 분기별로 2~3%씩 인하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원청업체는 경쟁업체와의 가격경쟁을 이유로 들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5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결과, 하도급 거래에서 불공정 대금지급은 개선됐으나 협력단계가 내려갈수록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7일 밝혔다. 조사에 응한 업체 중 원사업자가 현저히 낮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지난해보다 1%포인트 감소한 7%로 나타났고,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이 감액된 업체도 0.5%포인트 줄었다.

반면 2,3차 하도급거래에서 원가현실에 맞지 않는 납품단가, 계약서 미작성 등 불공정한 관행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제조업체가 체감하는 제조원가와 납품단가의 격차는 협력단계가 내려갈수록 벌어져 1차 협력업체는 3.4%포인트, 2차 협력업체 7.3%포인트, 3차 협력업체 9.4%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계약서를 작성하는 비율도 협력단계가 내려갈수록 적었다. 1차 협력업체의 86.6%가 하도급거래 계약서를 쓰는 데 반해 2차 업체는 80.5%, 3차 업체는 71.0%가 서면 계약서를 받았다.

영세한 기업일수록 부당한 하도급대금을 받는 곳도 많았다. 종업원 수 2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부당한 하도급대금을 받았다고 답한 업체가 줄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14%포인트, 10인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 2.7%포인트 증가했다. 중소제조업체가 꼽은 하도급대금 부당결정 유형으로는 ‘일률적 단가인하’(57.1%)가 가장 많았고, ‘원사업자의 일방적 결정’(32.1%), ‘향후 발주물량 확대 등 거짓정보 이용한 단가 인하’(28.6%)순이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