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한 고철 수출업자의 뇌물 망에 한국무역보험공사 간부들부터 국세청·관세청·경찰·검찰·중소기업진흥청·은행 간부들까지 줄줄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수출업자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수출보증심사 제도의 허술한 심사 절차를 악용해 금융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과 공사 직원들은 이 업자로부터 금품을 받고 편의를 제공해오다 덜미를 잡혔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17일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수출보증을 받은 수출채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10억여 원을 대출받아 해외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G산업통상 대표 A씨(39) 등 모두 9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뇌물을 받은 한국무역보험공사 간부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수출보증을 받은 허위 수출채권을 담보로 2014년 11월부터 올 6월까지 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모두 110억여 원을 대출받아 해외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와 함께 한국무역보험공사와 경찰 간부 등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G산업통상 해외지사장 B씨(31) 등 회사 간부 2명도 함께 구속됐다.
또 구속 기소된 전남지방경찰청 김모(57) 총경은 A씨의 범행 과정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에 전화해 수출보험 관련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하는 등 각종 업무 편의 제공 대가로 3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2014년 2월부터 올 12월까지 A씨로부터 수출보험과 수출보증 관련 편의 제공 명목으로 8차례에 걸쳐 모두 9200여만 원을 받은 한국무역보험공사 지사장 E씨(54)를 비롯해 한국무역보험공사 전·현직 간부 모두 5명을 구속,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간부는 수출보험과 수출보증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총 2억6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청 5급 간부를 비롯해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수출입은행 직원, 모 세관 직원, 모 세무서 직원 등 7명이 업무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400만∼30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수출계약서를 위조해 허위로 중국에 구리고철을 수출하는 것으로 가장해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수출보증서를 발급받아 광양세관을 통해 홍콩의 유령회사로 운반한 뒤에 이를 다시 한국으로 그대로 반송해 재수입하는 이른바 같은 구리고철의 수출입을 반복하는 ‘뺑뺑이 무역’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해외지사에서도 허위 연락처가 기재된 수출계약서의 사실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고, 수출계약서에 일반 구리고철 단가보다 10배 이상 비싼 비정상적인 단가로 표기돼 있었음에도 뇌물을 받고 제대로 심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이 해외로 빼돌린 자금을 추적해 국내 차명 재산과 국내 부동산, 뉴질랜드 등 국외에서 국내 계좌로 송금받은 14억원 등 모두 95억여 원의 재산을 확보해 추징했다.
순천지청 조남관 차장검사는 “이번 수사를 통해 수출계약의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보증 제도의 구조적인 결함을 확인했다”며 “수출계약서의 사실 여부 확인을 의무화하고 청약업체의 자격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100억원 대 재산 해외 빼돌린 업자의 뇌물 망에 공무원과 공사 간부 무더기 적발
입력 2015-12-17 16:16 수정 2015-12-17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