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남성 성폭력 피해 현황과 피해사례, 2차 피해 상황 등을 담은 ‘성인남성 성폭력 피해자 지원 안내서’를 만들어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에 배포하면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를 공개했다.
여가부가 발간한 안내서에 따르면 경찰청이 집계한 성폭행 피해자 중 남성 비율은 2011년 3.8%에서 지난해 5.1%로 3년 새 1.3%포인트 증가했다. 남성의 성폭력 피해 건수도 2011년 794건에서 2014년 1066건으로 42.3% 증가했다.
성폭력 피해 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가 공개한 자료에도 2013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전체 성폭력 피해자 수의 95% 이상이 여성이지만 5%는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3년 65명에서 2014년 72명으로 11%증가했고 2015년 상반기에만 54명으로 지난해 보다 약 50%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성폭력에 노출된 남성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의식 수준은 여전히 낮아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군대 내 남성 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피해자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당했다(74.7%)고 생각한 반면 가해자(72.9%)와 목격자(76.8%)는 여성스러운 외모와 태도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런 잘못된 인식 때문에 남성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가부는 안내서를 통해 잘못된 인식개선 지원을 위해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7가지의 대표적인 사례를 내놨다. 이 중에서 특히 피해 당시 성기가 발기됐다면 피해 남성도 즐겼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또 가해자가 여성일 경우 피해 남성은 행운이라고 여긴다는 인식과 어린 시절 성적 피해를 입은 남성은 가해자가 된다는 통념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내서에는 “2013년 6월19일 성폭력 관련법 개정으로 성인남성이 강간의 객체에 포함됐으며 이들의 피해 사례가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한 뒤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성인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잘못된 사회인식을 개선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인남성 성폭력 피해지원 안내서’를 제작해 전국 36개 해바라기센터에 배포하고 이에 따른 교육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