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입법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거론되는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 조치는 23년 전인 1993년 최근 서거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하면서 발동된 전례가 있다.
헌법 76조는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에 있어 국가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조치가 필요하고 국회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 처분을 하거나 법률의 효력을 갖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긴급재정명령은 헌법이 대통령에게도 입법권을 부여한 것으로서 극히 제한적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벗어나 국회의 법률 통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률과 같은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경제 위기 징후가 엄습하는데도 정부가 경제활성화의 핵심으로 꼽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 특별법, 노동개혁법 등이 여야 합의 불발로 가로막혀 있으니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인제 최고위원도 원내 협상이 어려워지자 긴급조치 발동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을 할 경우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한 뒤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하고, 승인을 얻지 못하면 그 효력이 상실된다.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한 당시에는 발표 5일 후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때는 국민으로부터 금융실명제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이번 경우는 과연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냐는 논란과 함께 법률안 통과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려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가 "긴급재정·경제명령 조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 조치란?…김영삼정부때 금융실명제가 마지막
입력 2015-12-17 0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