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재벌특혜법 규정짓고 논의 거부한다면 반(反) 기업 집단처럼 비칠 우려”

입력 2015-12-16 18:49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청와대와 여당의 '경제활성화법'에 대해 야당이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취지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야당 내 상임위 의원들의 반대에다 '악법' 낙인이 찍히는 바람에 속도를 못내던 이들 법안의 여야 간 처리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여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규정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에 대한 야당의 대응 전략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말문은 전병헌 최고위원이 열었다. 전 최고위원은 "법안에 대해 낙인을 찍고 심사 자체를 하지 않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하려면 왜 반대하는지 분명히 각을 세우고, 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해소할 수 있다면 적극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법도 의료민영화 우려 때문에 반대한다면 독소조항을 빼면 충분히 심사할 수 있다"며 "원샷법 역시 재벌특혜법이라고 규정한 뒤 논의 자체를 막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대표는 "어떤 법을 재벌특혜법이라는 식으로 규정짓고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반(反) 기업적 집단처럼 비치는 것 아니냐"며 "문제 조항이 뭔지 정확히 얘기하고, 그 부분을 들어낸다면 처리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지도부 협상 때 난처했던 경험도 소개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서비스법의 경우 우리 당은 보건의료 분야만 빼주면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여당은 그 분야가 너무 넓어 뺄 수 없다고 한다"며 "여당이 의료민영화를 막을 수 있는 조항을 두면 우리 당의 걱정을 덜 수 있지 않냐고 하던데 반박할 논리가 궁색하더라"고 말했다.

원샷법에 대해서도 "여당이 일본도 이미 한다고 하니까 우리 입장이 궁색하더라"며 "정확하게 독소조항이 무엇인지, 이것을 제거하면 입법이 가능한지 원내에서 면밀하게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원샷법이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추미애 최고위원과, 논의 자체를 못하겠다는 태도는 안된다는 전 최고위원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 대표는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우리 당은 탈북지원단체에까지 지원금이 가선 안된다고 반대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독소조항이 다 빠졌다고 하더라"며 "북한인권법은 거의 처리 가능한 것같더라"고 말했다.

이에 이춘석 원내 수석부대표는 "의원들이 논의 자체를 못하게 해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하면서 "독소조항을 없앤다면 협상의 여지가 있는데 의원들이 처음부터 반대하니 어렵다. 최고위에서 물꼬를 터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표는 "정말 처리를 하면 안되는지, 독소조항만 제거하면 협상의 여지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재차 주문하면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있어야 얘기가 되는데 최고위에 안들어오니까 힘들지 않느냐. 정 안된다면 이 수석부대표라도 들어와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가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지난 7일부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