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야당 넘어 청와대로 총구 겨냥 “朴대통령, 국회의장에게 무례한 압박”

입력 2015-12-16 18:31

탈당 이후 '친정'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가시 돋친 비판을 쏟아냈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6일에는 비판의 총구를 청와대와 여당에 돌렸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이만섭 전 국회의장 빈소를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혁명을 이루겠다"며 탈당으로 인한 당 위기를 정면돌파할 것임을 내비친 데 대해 "국민 삶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두는 정치가 가능할 수 있다면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 부산에서 새정치연합을 향해 "집권해서도 안 되는 당", "냄비 속 개구리"라고 맹비난하던 것에서 한발짝 물러선 모습이었다.

안 의원은 전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새정연이 더 혁신하고 바뀌는 일에 제가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면 국민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 아니겠나"라고 해명했다.

안 의원이 이처럼 대야공세 수위를 조절하고 나선 것은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분열을 우려하는 새정치연합내 지지세력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안 의원으로선 탈당전에 중재에 나섰던 중진까지 가세해서 "야당끼리 총질은 안된다"고 안 의원을 비판하고 나선 것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안 의원은 청와대가 정의화 국회의장에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압박한 것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을 '무책임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하는 등 직격탄을 날리며 강경하게 반응했다.

안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국정의 무능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에게 무례한 압박을 하고 있다. 이토록 무책임한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연탄배달 봉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지금까지 민주주의,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행동을 박 대통령만큼 많이 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안 의원은 지난 여름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태까지 거론하며 "어떻게 청와대에서 여당의 원내대표를 낙마시키나. 어떻게 국회의장에게 그렇게 무리하게 입법권을 요구하나"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당 야당 모두 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이 국민 평가다. 무능하니까 일 처리 제대로 못 하고 무책임하니까 결과가 나오지도 않고 실패한 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게 대통령, 여당, 야당 모두 마찬가지"라면서 "이런 기득권 카르텔을 깰 수 있는 것은 결국 국민 힘"이라며 기성정치권과 자신을 차별화했다.

안 의원은 자신의 탈당으로 야권이 총선을 앞두고 분열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야권의 저변 확대'라는 논리로 반박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는 기자들의 지적에는 즉답을 피한 채 "정치에 실망한 많은 분들이 이제 기대를 걸게 되는 게 아니겠나"라고 둘러댔다.

안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방영된 KNN 인터뷰에서도 "'여당 야당 다 싫다'라는 분들이 아주 많은데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 가지게 할 계기가 필요하다"면서 "최근 일간지 여론조사에서도 나왔지만 내가 만약 당을 만든다면 (지지하겠다는) 새로운 지지층이 아주 많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탈당을 만류하러 찾아온 문 대표를 '문전박대'했다는 지적과 관련, "설득하려고 왔으면 좀 진전된 제안을 가지고 올 줄 알았는데 진전된 제안 없이 그냥 왔더라"며 자신의 태도를 합리화하며 문 대표에게 책임을 돌렸다.

한편, 안 의원은 오는 17일 1박2일 일정으로 전북과 광주를 방문, 지역 언론 인터뷰와 시민네트워크 창립식 기념강연, 청년·상인 간담회, 환경미화원 만남 등 9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는 야권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지여론을 선점하고 조직 기반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