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6일 야당의 분열 사태로 정상적인 원내 협상이 불가능하고 대내외 상황이 '비상사태'라고 주장하며 정의화 국회의장에 쟁점법안들의 '직권 상정'을 거듭 촉구했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은 이날 오후 정 의장 집무실을 찾아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 전원 찬성으로 채택한 '직권상정 요구 결의문'을 전달했다.
원 원내대표는 비공개로 이뤄진 면담에서 "세계 경제의 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상황에서 경제활성화법으로 방파제를 삼아야 한다"면서 "또 최근 파리 테러도 있었는데 테러방지법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이번 연말까지 마쳐야 하는 선거구 획정이나 경제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분야를 위협하는 비상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국회법상 '심사기간 지정'을 통한 통과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지금 이렇게 찾아올 시간에 야당 의원 한 명이라도 더 만나 합의하려고 노력하라"면서 "나한테 온다고 되는 게 아니다. 법적인 테두리에서 어렵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 의장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를 향해서는 "선진화법 통과할 때 찬성해 놓고 이제와서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선진화법 때문에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나한테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앞서 선진화법이 통과될 당시부터 정 의장은 국회 입법마비가 우려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원내지도부가 직권상정을 계속 요구하자 정 의장은 밖에서 들릴 정도의 고성으로 제지하며 5분만에 집무실을 박차고 나섰다.
특히 이례적으로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현기환 정무수석을 통해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해 달라고 정 의장에게 촉구함에 따라 친박(친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난 윤상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 선거구보다 국민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라면서 "국회의장이란 자리가 입법부의 형식적 대표가 아니라 실제적 대표임을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의원은 "자꾸 법적 요건 운운하는데 국회의장만 살고 국회가 죽으면 의장이 설자리가 어디겠느냐.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가는 게 책임있는 정치다"라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홍지만 의원도 개인 성명에서 "경제가 무너지고, 대규모 실직자가 생겨나고, 테러가 일어난 뒤 움직이면 의미가 없다"면서 "국민은 국회의장의 결단만 기다리며, 입만 쳐다보고 있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앞서 친박(친 박근혜)계인 정갑윤 국회 부의장은 "지금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한 때"라면서 "대내외적 경제요건과 우리의 정치상황으로 볼 때 지금이 정상적이지 않은 비상사태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국회의장은 법만 얘기하고 있는데 법 위에 있는 헌법을 왜 바라보지 않느냐"면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못하면 기다리는 것은 대통령의 긴급권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때 발동했던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행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심지어 이장우 대변인은 KBS 라디오에서 "12월31일까지 선거구 획정에 합의를 못하면 선거구가 무효로 돼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되는 헌정비상상태"라면서 "만약 직권상정을 하지 않는다면 해임결의안을 낼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입법부에 대한 설득 노력 대신 직권 상정을 요구하는 청와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나왔다.
수도권 한 의원은 "지금 계류 법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법안 하나 때문에 경제가 죽고 살고 하지는 않는다"면서 "평소 국회와 부단한 소통을 하지 않고 뒤늦게 서두르는 모습이 국민 보기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직권상정 결의문 들고 온 與…鄭의장 “요건 안된다” 고성
입력 2015-12-16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