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 어딘지 모르고 공차는 심정” 예비후보들 “상시선거운동 허용해야”

입력 2015-12-16 15:32

내년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이후에도 선거구 획정협상이 결렬되자 여야 지도부는 예비후보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급조해 내놓았지만 정작 예비후보자들은 16일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전날 7시간 가까이 진행된 선거구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하자 예비후보자의 홍보물 발송 범위를 선거구 세대수 10% 이내에서 모든 세대로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자유롭게 의정보고회를 열 수 있는 현역 국회의원에 비해 선거운동에 있어 훨씬 불리한 예비후보자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예비후보자들은 이 같은 '선심정책(?)'에 대해 "배고픈 코끼리를 비스킷으로 달래는 격"이라며 조속한 선거구획정과 선거운동 기회균등이라는 '근본대책'을 요구했다.

강원 속초고성양양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양수 예비후보는 "실컷 홍보물을 뿌렸는데 뿌린 지역은 선거구에서 사라지고, 안 뿌린 지역이 새로 선거구가 될 수도 있다"며 현실을 모르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또 "홍보물 허용범위를 전체 세대의 10%에서 100%로 늘려도 선거비용제한액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홍보물을 많이 찍으면 다른 선거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고, 어차피 예비후보 기간에 한차례밖에 발송할 수 없어서 다들 선거구가 획정되기를 기다렸다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에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은 "홍보물을 준비해도 그걸 보낼 대상이 어딘지 알지 못하니 문구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골대가 어딘지 모르고 공을 차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민 전 대변인은 "홍보물을 100%로 늘려주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흡하다"며 "여야가 빨리 근본적인 큰 합의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동구 출마를 저울질 중인 정영재 광주인권평화재단 대표는 "광주 동구가 남구·북구 중 어느 선거구로 합해지느냐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아 고민이 많다"며 "일부 후보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추진하는 신당이 어떻게 창당될지도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정 대표는 또 "홍보물을 더 배포하게 해준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이자 말장난"이라며 "여야가 선거구 획정 문제를 두고 직무유기를 한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군·보성군에 출마 예정인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 역시 선거구 획정이 지연된 데다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가라앉지 않는 탓에 예비후보 등록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역 의원들은 임기 4년 내내 의정보고를 통해 선거운동을 하지만, 정치신인들은 선거일 120일 전에야 가능해 불평등하다"라며 "홍보물 발송 범위 확대 등 미봉책이 아니라 선거법을 개정해 상시선거운동이 가능하게 해야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