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기관, 남은 돈 1900억 쌓아둔채 또 예산챙겨"

입력 2015-12-16 14:06
정부 출연기관들이 적립금 등으로 1900억여원을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갖고 있으면서 예산은 예산대로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과 편성으로 인건비 예산이 남으면 임의로 기존 직원의 월급을 올리는 데 사용하고, 잉여금이 남을 수 있도록 해 그 중 일부를 성과급으로 주는 등 규정에 맞지 않게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해온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5~6월 기획재정부와 정부 출자·출연기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런 문제점이 파악돼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고 16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22개 출연기관이 기관운영·사업추진 등을 이유로 모두 1898억원을 적립금과 유보금 등의 형태로 장기간 보유하고 있었다. 기재부는 출연금 예산을 편성할 때 이런 미사용 여유 재원을 반영하지 않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연구적립금을 사업 자금 등에 충당하라는 법 규정에도 불구, 651억원의 정보통신연구적립금을 장기간 보유해왔다. 한국정보화진흥원도 관련 조항 폐지로 현재는 법적 근거가 없는 기본재산적립금을 257억원을 갖고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5개 출연연구기관의 경우 쓰고 남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이자수입을 유보금(모두 252억원)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전기기술연구원 등 20개 출연연구기관도 쓰고 남은 기술료 수입을 장기간 집행하지 않은 채 유보금(558억원)으로 별도로 갖고 있었다.

또 한국기계연구원 등 6개 기관에서는 이자 등으로 발생할 수입 예산을 적게 잡은 뒤 초과된 수입을 잉여금으로 보고 일부를 성과급으로 사용했다. 이들 기관이 2012년부터 3년간 예상 수입을 축소해 잡으면서 생긴 돈은 295억원이며 이중 64억원을 성과급에 썼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점이 고쳐질 경우 최대 45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