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동남부 대규모 내전 분위기…터키군 쿠르드반군 소통 작전 임박에 주민들 탈출 줄이어

입력 2015-12-15 21:24 수정 2015-12-15 21:28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 동남부 지역이 내전 상태에 치닫고 있다. 터키 군이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를 소탕하는 대규모 작전을 벌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휴리에트 등 터키 언론에 따르면 터키군은 시리아와 접경한 스르낙과 마르딘 주의 3개 군에 추가로 통행금지령이 내렸으며, PKK 소탕 작전이 임박하면서 주민들이 대거 피란길에 올랐다.

전날 밤부터 새로 통행금지령이 발효된 지역은 스르낙 주의 지즈레와 실로피 군, 마르딘 주의 누사이빈 군이다. 지역 주민들은 가재도구를 챙겨 피란길에 올랐으나 대중교통이 중단돼 상당수가 걸어서 피난처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역 주민은 도안통신에 “떠날 능력이 있는 이들은 모두 떠났고 남은 주민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통행금지령에 대비해 음식 등을 사재기하고 집 안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PKK 조직원들이 주민들이 떠나지 못하게 차 열쇠를 빼앗았으며, 정지 명령을 거부한 차량에 총격을 가해 15살 소년이 머리에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터키 보건부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지역의 국립병원은 주7일 24시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진은 현재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으며, 입원한 중환자는 인근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지에서는 사망자가 대거 발생할 것에 대비해 병원들이 영안실을 확장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쿠르드족의 수도 격인 동남부 주요 도시 디야르바크르의 수르구에서는 전날 통행금지령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시위대 2명이 숨졌다.

터키 동남부 일부 지역은 지난 7월 PKK가 휴전을 선포한 지 2년 반 만에 무장항쟁을 재개하면서부터 사실상 전쟁터로 바뀌었다. 마르딘과 하카리, 스르낙 등의 주에서는 지난달부터 학생 수만명이 안전 문제로 등교하지 못하고 있다.

PKK는 터키 인구의 20% 수준인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목표로 1978년 결성된 조직으로 터키와 미국,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테러조직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독립국가 대신 쿠르드족 자치로 목표를 바꿨으며 2013년 3월 정부와 평화 협상을 계기로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남부 수루츠에서 쿠르드족을 겨냥한 이슬람국가(IS)의 자폭 테러를 계기로 휴전은 다시 중단됐다. 터키군이 PKK 소탕 작전을 개시하면서 최근 5개월간 PKK 조직원 2000여명이 사살됐으며, 군인과 경찰관 150여명이 사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