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광주를 잡아라"
지난 13일 결별한 뒤 다시 본격적인 경쟁국면에 들어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역 전략 측면에서 맞닥뜨린 공통 과제는 부산과 광주에서 민심의 비교우위를 점하는 일이다.
당장 내년 총선은 물론 이듬해 대권까지 넘보려면 이들 지역에서 야권의 대표 주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것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고한 대구·경북(TK)에 비해 부산·경남(PK)은 상대적으로 야권 지지층이 많아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지난 대선 때 문 후보는 대구에서 19.5%를 얻는 데 그쳤지만 PK에서는 부산(39.9%), 울산(39.8%), 경남(36.3%) 등 30%대 후반 득표율을 올렸다.
안 의원의 탈당 후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첫 지역 방문지로 부산을 꼽은 것은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표는 모친 방문과 정국 구상을 이유로 14일 부산을 찾았고, 안 의원은 15일 부산을 방문해 언론 인터뷰, 간담회 등 무려 6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부산은 문 대표가 유년기와 청·장년기를 보낸 활동의 근거지였고, 안 의원의 경우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머물던 고향이라는 점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야권 주자로 인정받기 위한 승부가 불가피한 곳이다.
'호남의 심장부'로 통하는 광주는 야권 후보가 되면 몰표를 받을 수 있는 텃밭이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광주, 전남, 전북 득표율은 각각 92.0%, 89.3%, 86.3%에 달했다.
호남 민심은 두 사람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다.
문 대표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인 새정치연합의 대표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음에도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강해 고전하고 있다.
문 대표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대표 체제'를 제안할 때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의식해 호남 몫 공동대표를 두려고 고민한 점이나, 최근 호남특위 설치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지역 정서를 감안한 것이다.
안 의원은 최근 호남 대선 지지율 1위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탈당 직후 중앙일보가 실시한 첫 여론조사에서는 새정치연합 지지층은 물론 호남에서도 잘못했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와 탈당에 대한 부담을 안겨줬다.
안 의원이 부산에 이어 17일 두 번째 지역 방문지로 광주를 택한 것도 이런 기류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안 의원의 탈당으로 야당의 심장부인 광주와 야권의 전략적 지역인 부산의 여론 유동성이 커졌다"며 "초반 우위를 확보하려는 안 의원의 적극적 행보와, 이를 차단하려는 문 대표의 뒤따르는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문재인-안철수, 결별 선언 뒤 첫 방문지 부산 택한 이유는?”
입력 2015-12-15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