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2014년, 루시드폴은 제주도로 이사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는 제주도로 거취를 옮긴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단 차가 안 막힌다.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아내랑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밖에서 외식할 일도 없어서 집에서 먹는다. 그러다보니까 음악 듣고 생각하고 곡 쓰게 되고…완전히 다 바뀌었다. 서울에서 친구들이 잘 살고 있나 외로워하지 않나 하고 내려온다. 그럴 때는 애틋하다”
이런 제주도에서의 생활은 그의 음악에 온전히 녹아들었다.
“정규 앨범 이란 게 저한테는 하나의 기록이다. 그 시기의 제 모습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됐을 것이다. 보고 느꼈던 것들, 그 때 겪었던 일들, 만났던 사람들 등…이번 앨범에는 제가 동화를 썼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글로 표현 한 것 같다. 동화에 나오는 새, 꽃, 나무 다 제가 다 모시고 가서 직접 보여드릴 수 있을 정도로 전부 제가 보고 찍고 했던 곳들이다”
2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그는 이번 앨범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했다.
“힘이 닿는 한 스스로 하겠다고 생각했다. 연주, 편곡 등 음악 외적인 글쓰기 까지 힘은 두 세배로 많이 들었지만 모든 평가를 그대로 받아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잘 만들었네’ 하면 ‘열심히 했습니다’ 할 수 있고 ‘별론데요’ 하면 ‘그래도 열심히 했습니다, 별로면 할 수 없죠’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직하게 한 땀 한 땀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이번 앨범을 통해 그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소박했다.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 제 노래가 언제나 큰 거부감 없이 들으실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설거지 할 때, 출 퇴근 할 때, 그냥 들어도 뭔가 리프레시 될 수 있는 그런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조금 이르지만 그에게 다음 앨범에 대해 물었다. 앨범의 형태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앨범의 형태이기만 하다면 시디가 됐던 유에스비가 됐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고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저의 앨범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누군가가 간직해줬으면 좋겠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으면 한다. 그런데 그냥 음원차트에 있는 가상의 디지털로만 존재하는 음반은 개인적으로 한 뮤지션으로서 조금 허무할 것 같다. 손 때 묻은 기록이 아닌 것 같고 언젠간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 루시드폴이 스스로 생각하는 뮤지션으로서의 강점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음악이 너무 좋다는 점이다. 누구나 못 견디게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다. 그런데 한결같이 좋을 수 가 없다. 음악을 오래 하는 분들 보면 ‘얼마나 잘 하냐’, ‘재능이 많냐’의 문제도 있지만 음악에 대한 연정을 가진 분들이 오래하는 것 같다. 나는 참 다행히도 ‘내가 뮤지션이구나’ 하고 자각했을 때와 지금의 내 모습이 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행이면서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엄지영 기자 acircle1217@kmib.co.kr
‘컴백’ 루시드폴 “제주도에서 농사지은 후 모든 게 바뀌어”(인터뷰②)
입력 2015-12-16 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