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루시드폴 “홈쇼핑 완판남? 또 하면 회사에서 쫒아낼 듯”(인터뷰①)

입력 2015-12-16 06:05
안테나뮤직 제공

(인터뷰①)

루시드폴이 2년 만에 색다른 앨범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 정규 7집 앨범 ‘누군가를 위한’을 직접 쓴 동화 ‘푸른 연꽃’과 묶어 내놓았다. 한정판에는 직접 재배한 귤과 제주도에서 찍은 엽서도 포함된다. 글과 음악이 하나가 된 특별한 앨범으로 돌아온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에 자신이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루시드 폴이라는 한 뮤지션이 만들어낸 창작물의 모음집이다. 15곡 중에 5곡은 동화를 위해서 쓴 사운드 트랙이고, 다른 10곡들도 동화의 내용과 연결 돼있다. 또 특별한 의미를 담아서 제가 키운 귤을 같이 넣었다. 소속사 식구 분들이 다 같이 따서 어제까지 포장한 귤이다. 표지에도 일련번호를 만들어서 받는 분 들이 기념이 될 수 있게 보내드렸다. 그만큼 제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걸 담은 앨범이다”

이번 타이틀곡 제목은 ‘아직, 있다.’. 이제까지 발매했던 앨범에서는 딱히 한 곡을 타이틀곡으로 꼽지 않았던 루시드폴이 이번 앨범에서는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루시드폴은 데모 곡을 들었을 때부터 ‘이 곡이 타이틀곡이다’라는 것이 명확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특별한 이번 타이틀곡 가사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를 ‘노란 나비’에 빗대어 그가 남겨진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세월호 참사에서 영감을 받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최근에 창작자의 자유, 해석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이렇게 들어 달라’ 이런 말은 안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듣는 분들이 느끼시는 대로 생각하는 게 맞다고 생각 한다”

최근 루시드폴은 ‘홈쇼핑 완판남’으로 등극했다. 그는 11일 한 홈쇼핑 채널에서 ‘귤이 빛나는 밤에’라는 타이틀로 정규 7집 음반과 동화책을 판매했고 사은품으로 귤을 준비했다. 이는 주문 폭주로 9분 만에 모두 팔렸다. 이 아이디어는 앨범 판매에 차별화를 두겠다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 됐다.

“저번 앨범 끝나고 나서부터 다음 앨범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계속 많이 했다. 사실 앨범이라는 게 큰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앨범형태로 음반을 내려면 음악을 듣는 팬들이 ‘이건 뭐도 있고 뭐도 있네?’ 하고 더 재밌게 살 수 있도록 차별 점을 두고 싶었다. 그런데 실행에 옮기자니 암담했다. 방법론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데 8월 중순 말 에 서울에 올라와서 오랜만에 밥을 먹다가 농담처럼 ‘홈쇼핑에서 해보지?’ 하고 (유)희열이가 얘기했다”

음악과 농산물의 콜라보레이션. 아이디어는 매우 신박했다. 그러나 실행으로 옮기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한 두 달 후에 진짜 할 거냐고 그랬다. 걱정도 됐지만 홍보를 따로 안 해도 될 것 같아서 추진이 됐다. 그런데 실제로 어려움은 많았다. 이게 전례가 없었던 일이기도 하고 현지직송을 해야 되기 때문에 하려고 하는 회사가 없었다. 시디만 발표 할 때에 비해 10배정도 힘들었다. 또 한다고 하면 회사에서 쫒아낼 것 같다”

방송에서 그는 우스꽝스러운 대형 귤 모자를 쓰고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전해진다면 망가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고 전했다.

“귤 모자는 내가 쓴다고 했다. 그런 거부감은 없었지만 저의 본 뜻이 곡해될까봐 걱정 됐다.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하는 것이지 제가 몇 백 개를 더 팔고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제가 계속 얘기했다.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을까봐 걱정했지 망가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고 망가졌다고 생각도 안했다. 다른 회사 뮤지션들도 재밌어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엄지영 기자 acircle121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