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사의 산 증인' 배우 백성희 구순 맞아 회고록 출간

입력 2015-12-15 16:13

‘한국 연극사의 산 증인’ 배우 백성희(90)의 70년 연기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 ‘백성희의 삶과 연극, 연극의 정석’이 발간됐다. 국립극단이 대한민국예술원의 지원을 받아 1950년 창단과 함께 단원으로 활동해 올해 구순이 된 원로단원 백성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본명이 이어순이(李於順伊)인 백성희는 1925년 9월 2일(음력) 서울에서 출생했다. 어린 시절 일본에서 유학하고 온 외삼촌이 가져온 다카라즈카 소녀가무단 팸플릿을 보면서 배우를 꿈꾸게 됐다. 동덕여고 시절 가극단이 함께 운영되던 빅터무용연구소 연구생으로 몰래 들어간 뒤 졸업 후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943년 극단 현대극장 단원으로 입단해 ‘봉선화’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연극 한 길만을 걸어왔다.

현대극장을 비롯해 낙랑극회, 신협에서 활동한 그는 1950년 국립극단 창립 단원으로 합류했다. 국립극단의 현존해 있는 유일한 창립 단원이자 현역 원로단원이다. “작품은 가려서 선택하지만 배역은 가리지 않는다”는 신조 아래 평생 약 400여 편의 연극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2013년까지 ‘3월의 눈’(2013)과 ‘바냐아저씨’(2013)에 출연했지만 최근 건강이 악화돼 요양중이다.

그는 1972년 국립극단 사상 최초로 시행된 단장 직선제에서 최연소 여성 국립극단 단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리더십을 인정받아 1991년 다시 한 번 국립극단 단장에 추대됐다. 그리고 1998년부터 국립극단 원로단원에 선임됐고,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배우의 이름을 딴 극장인 ‘백성희장민호극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대표작으로 ‘봉선화’(1943), ‘뇌우’(1950), ‘나도 인간이 되련다’(1953), ‘씨라노 드 벨쥬락’(1958), ‘베니스의 상인’(1964), ‘만선’(1964), ‘달집’(1971), ‘무녀도’(1979),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81), ‘메디아’(1989), ‘강 건너 저편에’(2002), ‘3월의 눈’(2011) 등이 있다.

국립극단은 백성희의 회고록 출간에 맞춰 국립극단 65년사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연극인 심포지엄 ‘국립극단 65년과 백성희’를 22일 개최한다. 오후 5시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배우 손숙, 남명렬이 사회를 맡았다. 그리고 배우 박정자, 박상규, 김소희와 연극학자 김남석(회고록 엮은이)이 패널로 참여해 백성희를 중심으로 국립극단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행사장에서는 백성희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전시도 관람할 수 있다. 심포지엄은 무료로 진행되며, 사전 예약을 18일까지 해야 한다(02-3279-2261).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