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비리 무관용 원칙 재확인한 이재현 CJ 회장 선고

입력 2015-12-15 14:20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15일 이재현(55) CJ그룹 회장에게 실형 2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법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기업비리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 대한 법원의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 대한 양형이유를 설명하며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있고, 건강상태가 매우 안 좋은 점은 유리한 정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장이란 막대한 권한을 이용해 251억원 조세를 포탈하고 회삿돈 115억원을 횡령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많은 고심 끝에 실형 선고가 불가피 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재벌 총수라 하더라도 법질서를 경시할 경우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조세포탈 액을 모두 회복한 점을 결정적인 양형요소로 삼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규모 자산 보유한 기업가가 사후에 한 피해 회복에 과도한 비중을 두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 회장에게 특별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배임을 적용하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양형 요소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단순히 적용하는 법이 달라졌다는 사정만으로 양형을 크게 낮추는 건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구체적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것뿐이지 배임 혐의의 기본적 사실관계는 같다”며 “결국 이 회장이 개인적인 재산 증식을 위해 계열사에 연대 보증을 맡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 회장의 건강 문제도 집행유예 선고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건강 문제는 근본적으로 양형 요소라기보다 형 집행과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피고인의 건강은 형 집행정지 등의 판단에 고려될 문제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결정적 감형 요소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선고 직후 10여분 간 법정에서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가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떠났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에 너무 당혹스럽다”며 “수형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형이 선고돼 참으로 막막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어 “배임 부분과 관련해 무죄 취지로 대법원에 재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1600억원대 기업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횡령·배임·조세포탈 1342억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은 675억원을 범죄액수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이 회장이 일본 부동산 매입 당시 계열사에 연대 보증을 서게 한 혐의에 대해 배임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