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설치한 강남역 몰카(몰래 카메라) 근절 광고가 수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측 항의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14일 한 메갈리아 회원이 “강남역 몰카 근절 광고가 바뀌었다”며 올린 글과 사진이 15일 타 여초 사이트로 퍼지며 공분을 일으켰다. 이 회원은 “색깔과 QR코드, 그리고 로고가 바뀌었더라”며 “정당하게 광고비 지불하고 낸 광고를 임의로 바꿔도 되느냐”고 성토했다.
광고 문구는 그대로다. 이전과 같이 “몰카, 찍히지 마세요”라는 문장에서 ‘히’ 자에 엑스(X)표 친 형태다. “몰카, 찍지 마세요.” 남성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은 배경색이다.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광고 우측 하단도 허전해졌다. 소라넷 폐지 청원 QR코드와 메갈리아 로고가 삭제됐다.
갑자기 광고가 바뀐 이유에 대해선 지난 8일 일베에 오른 글이 지목됐다. 당시 일베 게시판에 회원 A씨는 “서울메트로 측에 메갈리아 광고 철회 요청 글을 보내 답변을 받았다”며 캡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메갈리아 로고의 손 모양은 한국 남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사용되는 상징”이라며 광고 철거를 주장했다. 이에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해당 광고는 몰래 카메라 폐해를 지적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금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다만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로고 등 지적사항은 수정하도록 광고 대행사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갑작스럽게 수정된 광고는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메갈리아 회원들은 “게재된 광고를 무단으로 교체하는 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메트로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 줄줄이 항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광고를 무단으로 수정한 게 아니다”라며 “광고 대행사를 통해 메갈리아 측과 협의를 거쳐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강남역 ‘몰카 찍지 마세요’ 광고, 누구 맘대로 바꿨어!”
입력 2015-12-15 10:51 수정 2015-12-15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