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에 애플과의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의 상고를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다. 미 대법원은 내년 상반기에 상고 허가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며, 만약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내년 10월 초부터 내후년 7월 초인 2016∼2017년 회기에 상고심 구두변론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법원이 상고를 허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 요청이 받아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는 막판까지도 매달리는 애플과의 소송전을 통해 특허 침해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상쇄하고, 글로벌 기업의 ‘자존심’을 세우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제출한 상고 허가 신청서에서 미국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의 범위와 함께 디자인 특허 침해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고찰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사건을 다룬 사례는 드물다. 디자인 특허에 관한 상고가 허가된 마지막 사례는 120년 전인 1890년대에 카펫에 관한 소송이었으며, 이에 앞서 1870년대에 수저 손잡이의 디자인에 관한 소송도 대법원이 심리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상고 허가 신청서에서 “특허로 등록된 디자인이 수저나 카펫의 경우는 핵심적 특징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스마트폰은 디자인과 전혀 상관이 없이 주목할만한 기능을 부여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른 특징들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또 “특허로 등록된 특징들이 삼성전자 전화기의 가치에 1%만 기여한다고 하더라도, 애플은 삼성의 이익 100%를 가져가게 된다”며 항소심에서 내려진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은 2011년 4월 특허권자인 원고 애플이 소장을 제출하면서 개시됐다.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 제품은 피고 삼성전자가 생산해 판매한 갤럭시 S, 넥서스 S, 갤럭시 탭 등이다.
상고 허가 신청 대상이 된 연방구역 연방항소법원의 올해 5월 항소심 판결은 피고 삼성전자가 5억 4817만달러(약 650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원고 애플에 지불토록 명했다.
삼성전자는 판결이 나온 후 재심리 명령 신청 등 불복 절차를 밟았으나 기각되자 애플과 협의를 거쳐 일단 이달 14일까지 이 돈을 지급키로 했다.
만약 삼성전자의 상고 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손해배상액 중 약 3억9900만 달러(4천730억 원) 부분이 상고심의 재검토 대상이 된다.
미국 대법원은 보통 매년 7000여건의 상고 허가 신청을 접수하는데, 이 중 약 99%가 기각되며 상고 허가가 내려지는 경우는 연간 70여건 수준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삼성전자 애플 특허소송 관련 미 대법원에 상고허가 신청
입력 2015-12-15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