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대출심사로 ‘풍선효과’ 우려…내년 2월 적용에 네티즌 ‘불만’

입력 2015-12-15 08:21
사진=국민일보 DB

정부와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내년 2월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이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가계 생활자금을 빌리기도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한테만 대출을 해준다는 기본 방침 때문이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갚을 능력이 있으면 빌리지도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도권은 내년 2월부터, 비수도권은 5월부터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대출자의 빚 갚을 능력을 깐깐히 따지고, 처음부터 대출 원금을 갚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때문에 소득이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생활자금을 마련하거나 빚을 갚을 목적으로 돈을 융통하고자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에 의지하는 관행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하나+외환)·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올 들어 9월까지 11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생계자금 대출이 12% 수준인 1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원)에 비해 약 4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심사가 강화되면 생계자금 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심사역은 “새 가이드라인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DTI가 60%를 초과하는 고부담대출자가 처음부터 분할상환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빌리려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소득증빙이 잘 안되는 자영업자나 빚을 많이 갖고 있는 고부담대출자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당장 생활자금이 부족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분할상환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분할 상환의 예외 규정을 두긴 했다. 사망이나 퇴직, 행방불명, 의료비, 학자금 등 불가피한 생활자금으로 본부승인을 받은 경우와 은행이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해 별도로 정한 경우다. 하지만 예외 대상은 의료비나 학자금처럼 ‘증빙’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수다. 하지만 생활자금 용도로 쓰는 돈 중에는 일상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나 자녀 결혼자금처럼 증빙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대출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곳곳에선 이같은 우려가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제2금융권만 살만 났네”라고 지적해 많은 공감을 샀고 다른 네티즌도 “살게는 해줘야지 이렇게 숨통을 조이면 어쩌냐”고 반발했다. 반면 빚으로 생활하는 비정상적인 부분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 다행이라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