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탈당 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세력화'를 선언함에 따라 어떤 형태로 이를 구체화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해 3월 당시 민주당과 통합하기 전까지 '새정치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독자세력화를 모색한 바 있어 이번 시도는 '2차 도전'이 되는 셈이다.
안 의원은 탈당회견 후 독자세력화 방향에 대해 "국민의 뜻을 듣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野 탈당자 기반으로 두번째 독자신당 창당 나설듯 = 안 전 대표는 두번의 실패는 없다는 각오 속에 독자신당 창당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해 "총선 전에 반드시 신당을 만들어서 총선에 임해야 한다"며 "요새는 선거법상 정당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한 측근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이미 한 차례 창당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고 그것을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창당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한 것도 이 같은 '마이웨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7~11일 전국 성인 2천587명을 상대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 결과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10.1%를 기록해 16개월 만에 10%대에 진입하는 등 안 의원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안 의원의 뒤를 이어 새정치연합을 탈당할 의원들이 독자신당 창당의 우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을 시작으로 호남 지역 의원들 중 추가 탈당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수도권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경우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명을 넘겨 최대 30명의 현역의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을 공동 창당했던 김한길 전 대표 계보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일 경우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을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병호 의원도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빚진 게 있지 않나"라며 "김 전 대표가 신당 쪽으로 오시지 않겠는가 그런 기대를 해보고 있다"고 했다.
이 경우 내년 총선에서 안철수신당 소속 후보들이 기호 3번을 부여받아 새누리당, 새정치연합과 3자 구도를 형성해 각축전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도세력 영입시 독자세력화 탄력 = 안 의원측은 중도개혁 세력을 영입해 신당의 외연을 넓히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비롯해 김한길 전 대표, 박지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김부겸 전 의원, 당외에 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의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포괄하는 중도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들 거물들의 영입이 성공할 경우 신당창당 작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가 야권 인사들 뿐만아니라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포함해 여권내 개혁 성향의 인사까지 포함할 경우, '정치권 빅뱅' 수준의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안 전 대표측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심판론이나 물갈이론 등 여론이 낡은 정치 혁신을 위한 세력화에 지지를 보낼 것"이라며 "예전에 독자 세력화를 함께 추진했던 세력까지 재결집할 경우 상당한 세력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탈당 기대 미달·구인난 우려도 = 그러나 안 의원이 처한 정치현실은 그렇게 녹록해보이지 않는다.
추가 탈당 의원이 호남을 중심으로 10명 수준에 그치는 등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경우 안철수신단은 '호남 자민련' 수준의 지역당이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안 의원 탈당 이후 탈당 가능성이 거론됐던 의원들은 당심(黨心)과 민심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결단을 미루고 있다. 특히 여야 1대1 구도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는 수도권 의원들은 고심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이 1차 창당 시도때 '구인난'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도인사들의 합류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안 의원이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합당하는 과정에 당시 안 의원을 도왔던 주변인물들 중에 윤여준 전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 상당수가 관계가 소원해졌다.
또 일부 중도인사 가운데 안 의원에 합류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도 과거 주변 인사들이 잇따라 안 의원에게 등을 돌렸던 사례를 의식해 결단을 주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뿐만아니라 1차 신당 창당 때에 비해 안 의원에 대한 여론의 기대치도 훨씬 낮아졌음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드러나고 있어 신당 추동력도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측 인사는 "2년 전 창당이 쉽지 않았던 것은 지방선거라는 상황도 작용했다"면서 "총선은 소수정예 인재들로 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배·박주선 등 신당 합당 여부 주목 = 안 의원은 독자신당 창당을 통한 홀로서기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이미 야권에서 신당 창당을 진행중인 천정배·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과 합당이나 연대를 추진하며 몸집을 불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돈다.
안 의원도 새정치연합에서 혁신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혁신전대 다음 단계로 기존 신당추진세력과의 통합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병호 의원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시기가 문제일 뿐 같이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이 정치공학적 선거연대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중도개혁적 전국 정당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어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들 신당세력과 접점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안 의원은 민심의 흐름과 정치권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독자세력화의 방향과 형식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안철수, 野 탈당자 기반 두번째 독자신당 창당 나설듯
입력 2015-12-14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