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재인 거취 정국?” 비주류 “비대위 구성” vs 주류 “대표 기회줘야"”

입력 2015-12-14 21:31

안철수 의원의 뒤를 이은 추가 탈당 가능성으로 분당 위기에 놓인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주류진영과 비주류진영이 문재인 대표의 거취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문 대표가 당무를 중단하고서 부산으로 향한 상황에서 남은 의원들은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해법을 논의했지만,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는 비주류 진영과 문 대표에게 기회를 주자는 주류 진영의 의견차만 확인됐다.

이날 의총은 비주류 인사들로 구성된 '구당모임'의 요청에 따라 이종걸 원내대표가 소집했다.

구당모임은 의총 전 성명을 내고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조속히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문 대표는 상대의 양보만 강요하며 분열을 가속화시켰다"며 "문 대표는 지금의 상황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총 시작 직후에는 구당모임 간사인 노웅래 의원이 "비대위를 구성해 당을 일신해야 한다"며 "이대로 가면 다 죽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구당모임 소속 신학용 의원도 문 대표를 겨냥해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물갈이 대상이라 비판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지도자의 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주류진영인 강기정 의원은 "일단 문 대표를 인정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며 "비대위 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우윤근 의원도 "대표가 물러나라는 얘기가 일리는 있지만, 본인이 물러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요구할 만큼 했으니 본인에게 맡기고 더는 얘기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서도 고성이 오가는 일은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토론이 진행됐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 등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은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의총에서는 호남민심 수습을 놓고 '백가쟁명' 식 제안이 터져나왔다.

정세균 전 대표는 "야당의 자중지란으로 여당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며 "호남민심은 선거에서 어떻게 이길지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빨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 의원은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에게 호남민심 수습 대책을 맡기고 그 결정에 따르자"고 제안했다.

분당위기에 대한 타개책을 내놓지 못하는 당 상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강창일 의원은 "문 대표나 안 의원의 사당(私黨)이 아니다"라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김성곤 의원도 "당내 문제조차 수습을 못하면서 어떻게 수권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안민석 의원은 "의총 중간에 삿대질 하거나 고함치는 의원은 퇴장시켜야 한다"며 당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의총은 안 의원 탈당에 대한 뾰족한 수습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산만한 모습이 계속됐다.

의총 중간 중앙위 개최를 위해 한 시간여 정회를 했지만, 막상 중앙위 후에는 의원들이 잘 모이지 않아 사실상 자동 해산됐다.

'안철수 혁신안'을 당헌에 반영하기 위한 중앙위원회 역시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중앙위는 의결정족수인 283명보다 겨우 2명 많은 285명이 참석한 채 진행됐다.

문 대표는 중앙위에 불참한 채 김성곤 의장을 통해 "함께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을 전했다.

김 의장 역시 "분열로 국민과 당원을 실망시켰다"면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중앙위는 이날 "혁신과 단합이 지금 새정치연합의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전방위적 당 개혁과 단합에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