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간 회담 결렬과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 돌연 무산이 한반도 정세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남북 차관급 회담과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은 완전히 별개인 사안이지만 남북관계나 북중관계의 개선 흐름과 맞물려 있는데다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한반도 정세의 안정화 국면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두 이벤트가 기대와 달리 거의 동시에 결렬 또는 무산되면서 이제는 오히려 한반도 정세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 됐다. 북중관계 개선 흐름에서 기대됐던 북핵과 관련한 '중국 역할론'이 다시 멀어질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방북을 추진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 회담 결과를 주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가 반 총장의 방북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거론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 11일부터 이틀에 걸쳐 개성에서 제1차 차관급 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현안을 다뤘지만 현격한 견해차을 좁히지 못했다.
남북은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해 당장 8·25 합의 이후 계속됐던 대화 모멘텀 상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에 도착 후 공연준비에 열중이던 모란봉악단의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 역시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이다.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첫 공연은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한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기점으로 시동이 걸린 북중관계 개선의 구체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상당히 상징적 이벤트로 여겨졌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 뒤 중국 당국이 공연관람 인사의 격을 당 정치국원(지도자급)에서 부부장급(차관급)으로 대폭 낮췄고, 이것이 공연 무산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공연무산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모란봉악단의 공연 무산과 관련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북중 양국간에 핵문제가 됐든 아니면 이른바 북한의 '최고 존엄'과 관련 문제이든 심각한 '불화'가 있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모란봉악단의 공연 무산 이후 북중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북한 노동당과의 교류창구인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는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올렸던 쑹타오(宋濤) 중련 부장과 최휘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의 접견 사진을 삭제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최 부부장은 모란봉악단의 방중을 인솔했던 인물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조선의 오늘', 대남 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주요 매체들도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모란봉악단 홍보코너와 관련 기사·사진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이날 한민구 장관 주재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북한이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돌연 취소함에 따라 북중관계가 다소 소원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우리 군은 북한의 전략적, 전술적 도발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북한이 내년에도 핵실험 시도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이 당장 최근의 흐름에서 역주행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북한이 내년 5월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우호적 대회환경 조성에 나섰고, 최근 남북대화와 북중관계 개선 흐름은 이 같은 차원에서 나온 만큼 갑자기 노선을 바꿔 정세악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외환경 개선을 염두에 둔 북한의 행보가 다소 주춤은 하더라도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회담에 대해서도 "북측이 회담 결렬에 대해 책임 전가 등 비난은 하면서도 '남측과 도저히 대화를 못하겠다'는 정도의 대화거부는 말하지 않고 있다"면서 후속 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중국 공산당, 모란봉악단 인솔자 최휘 사진 홈피서 삭제…심상챦은 북중관계
입력 2015-12-14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