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의 한 동물원에서 사납기로 유명한 시베리아산 아무르 호랑이가 먹잇감으로 넣어준 염소와 3주 째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고 러시아 국영 채널인 RT가 14일 보도했다. 한국인 출신 다큐멘터리 작가가 둘의 ‘괴이한 만남과 우정’을 영상으로 찍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극동 연해주 사파리 공원에 사는 3살 난 호랑이 아무르와 그의 먹이가 될 뻔했지만 지금은 친구가 된 티무르가 화제의 주인공.
동물원은 호랑이들이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1주일에 두 번씩 염소나 토끼 등의 산 짐승을 먹이로 줘 왔다. 하지만 먹이로 들어간 티무르가 호랑이를 겁내기는커녕 강하게 저항하며 먼저 아무르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그전까지 먹이들을 무섭게 공격해 잡아먹던 아무르는 이후 티무르를 살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우리 안을 함께 산책하고 자신의 물그릇을 양보하기도 하는 등 맹수가 먹잇감을 대하는 태도로선 믿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동물원 측은 호랑이마저도 굴복시킨 용맹한 염소를 기려 그에게 14세기 중앙아시아를 지배한 위대한 정복자 티무르의 이름을 붙여줬다.
아무르가 곧 티무르를 먹이로 깨달아 그를 잡아먹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은 3주 째 빗나가고 있다.
티무르는 아무르를 두목으로 섬기듯 항상 그의 뒤를 쫓아다니고 있고 아무르도 티무르가 보이지 않으면 포효를 지르며 그를 찾는 등 둘 사이의 우정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러 동물원서 호랑이와 염소 우정 화제
입력 2015-12-14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