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린 '도둑의 역설'…나도 방관자일까?

입력 2015-12-15 00:15
피해자가 철로로 떨어진 직후 전철이 역 구내로 진입하자 피해자의 물건을 훔쳤던 소매치기가 전철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한 남성이 플랫폼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을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이 남성이 철로로 떨어진 뒤에도 시민은 그저 바라볼 뿐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유튜브 영상 캡처
프랑스 공영방송(France 5)에서 지난 주 방영된 영상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단 몇 초 만에 소매치기가 용감한 영웅이 되고,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 시민이 순식간에 ‘나쁜 놈’이 되는 역설적인 모습입니다.

프랑스 당국은 최근 파리의 한 전철역에서 벌어진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은 지하철 역 구내의 플랫폼을 비추고 있는데 꽤 늦은 시간인 듯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의자에 홀로 앉아 졸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한 남자가 더 등장합니다. 이 남자는 의자에서 졸고 있는 피해자의 주변을 서성이다 피해자의 양쪽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슬쩍 훔칩니다. 피해자는 전혀 의식을 하지 못하고 있네요.

소매치기가 영상에서 사라지자 피해자가 의자에서 일어납니다. 아마도 전철이 도착한다는 방송을 듣고 플랫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일어난 듯합니다. 그때쯤 영상에는 소매치기가 아닌 다른 남성이 등장합니다. 전철을 기다리는 시민이겠지요.

그런데 피해자의 움직임이 위태롭습니다. 아직 제 정신을 찾지 못한 듯 비틀거리다가 철로 아래로 떨어집니다. 전철을 기다리던 방관자 남성은 피해자가 비틀거릴 때 그냥 쳐다보고 있더니 피해자가 철로로 떨어졌는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전철이 전철역 구내로 진입하고 멈춰섭니다. 방관자 남성은 힐끗 피해자가 떨어진 쪽을 향해 시선을 주면서도 그냥 전철에 오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뒤에서 전철 앞으로 달려가는군요. 자세히 보니 아까 피해자의 주머니에서 물건을 훔쳤던 그 소매치기입니다.

소매치기는 피해자 바로 앞에서 가까스로 멈춘 전철 앞으로 달려가 피해자를 끌어올립니다. 영상의 내레이터로 등장하는 파리 교통국의 조사 책임자 엠마뉴엘 오스터는 “선량하게만 보이는 시민이 피해자가 철로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반면 물건을 훔친 도둑이 되돌아와 피해자를 도왔다는 것은 역설적”이라며 놀라워했습니다.

(프랑스어 내레이션이 포함돼 있습니다. 거슬리는 분은 볼륨을 낮춰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