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거지 나사로와 회장님

입력 2015-12-15 11:30

성경에는 거지 나사로 이야기가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다. 거지 나사로는 부잣집 문 앞에서 버려지는 음식물로 평생을 살았지만, 죽은 다음에는 천국에 올라가 아주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부자는 지옥으로 가서 고통을 받았다. 지옥에서 그는 목이 타고 있으니 단 한 방울의 물이라도 달라고 청하나 거절당한다. 또한 자신의 고통을 살아 있는 자식들에게 알려달라는 요청마저도 거절당한다.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이 아무리 부유했어도, 그 의미는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V에서 대기업 총수였던 분이 휠체어를 타고 많은 직원들과 함께 이동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분은 자수성가하고 수십조원의 돈을 벌었으나, 두 아들의 싸움을 바라보며 처량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두 아들 중 한 명은 ‘우리 아버지는 병 치료를 받아 판단력이 확실치 못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자신의 아버지를 무능력자로 취급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분이 어떤 자선활동을 크게 했다거나 종교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인생이 어쩐지 측은해 보인다.

그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밝은 모습을 볼 때, 과연 누가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또한 돈이 과연 인생의 전부일까 하는 의구심도 가져본다.

요즘 학생들은 정말 바쁘다. 영어 학원, 수학 학원, 바이올린, 피아노, 축구 등등 정말 바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좀 나아질까 싶었는데 이제는 대학 입시로 수학, 영어, 국어 공부에 매진한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에는 좋은 스펙을 위해 자격증 학원을 다니며 인생을 산다. 그런데도 취직은 되지 않고 희망이 없다며 탄식한다.

최근 신입사원 면접을 보면서 스펙 좋고, 인물 좋고, 영어 잘하는 사람이 어쩜 그리 많은지 무척 놀랐다. 모두 정말 훌륭한 인재다. 그러나 뽑을 인원은 한정돼 있다. 불합격한 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면접을 보는 동안 그 사람이 직장에서 할 일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많은 자격증은 사실 필요치 않다. 해외 사업 부문을 뽑을 때에는 영어를 할 줄 알고 인성이 좋은 사람인지만 눈여겨본다. 국내 영업 부문을 뽑을 때에는 열정을 갖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스펙은 기본 실력만 갖추면 된다. 다만 어느 분야를 채용하든 간에 그 사람의 인성이 어떠한가는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챙겨 보려 애쓴다.

나는 인성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관리자가 가져야 할 제일 큰 덕목으로 본다. 이 인성을 EQ라고 한다. 많은 지식은 단 몇 년만 지나도 금세 변하며, 이러한 현상은 특히 경영학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EQ는 지식과는 다른, ‘사람의 능력’이다. EQ는 감사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며 좋은 인간관계를 이룰 때 생긴다. 화목한 가정생활이나 돈독한 교회생활 등 여러 사회 활동을 통해 형성된다. 또한 좋은 독서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독서 중에도 성경이 가장 효율적인 지도서라고 이야기하는 학자들이 있다.

성경은 이 세상뿐만 아니라 저 세상에서도 통하는 영구 불멸의 하나님 말씀이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 나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평안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샬롬이다.

이 샬롬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기둥이 된다. 물질적 부를 위해 일생을 바쳐 대성공을 거둔 회장님과는 대조적으로, 하나님과 샬롬을 이룬 나사로의 이야기는 큰 감동을 준다.

이 세상에서 무언가 해야 할 사명을 갖고 태어났다면, 하나님과 샬롬을 이루고 그 분의 보호 아래 살아가고 싶다. 세상의 명예와 부를 위해 노력하다 지쳐 쓰러졌을 때, 그분의 힘으로 일어선 때가 많았다. 좌절의 순간에도 그분과 단단한 관계만 있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었던 것을 기억한다.

거지 나사로는 비록 무능했을지 몰라도 현명했던 사람이었다. 반면 부자는 유능했지만 현명하지는 못했던 사람이다. 나도 슬기로운 사람이고 싶다. 오늘도 하나님의 동행에 감사하지만 세상일로 근심하다 정작 중요한 샬롬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살아가는 내 모습을 돌아보며, 나사로와 회장님의 교훈을 되새겨 본다.

한국유나이티드문화재단 이사장·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