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간 갈등, 평화지수 발목잡다” 한국,29위에서 51위로 폭락

입력 2015-12-14 15:06

지난해 전 세계의 평화 상태를 측정한 '세계평화지수'(World Peace Index)가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평화포럼(이사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13일 발간한 '세계평화지수(WPI) 2015' 보고서에서 2014년 WPI는 67.4점을 기록해 전년도(69.6점)보다 2.2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 최저치였던 2003년(69.2점, 2004년 측정)을 밑돈 것은 물론 WPI 산정이 시작된 2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전년도와 비교하면 지수 산정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라고 포럼은 설명했다.

포럼은 "끝이 불투명한 유럽의 경제 위기, '아랍의 봄' 봉기의 파동과 중동의 정치적 격변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미국·중국·러시아·인도 등 인구·군사 대국들이 한결같이 평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한의 평화 수준은 조사대상 143개국 가운데 각각 51위와 114위를 기록, 전년도보다 네 계단씩 떨어졌다.

한국의 평화 수준은 72.9점이었다. 군사·외교적 평화 수준은 다소 높아졌지만, 정당 간 갈등 표출 등으로 국내정치 분야의 평화 수준이 전체 29위에서 51위로 대폭 낮아졌다.

북한의 평화지수는 56.1점으로, 여전히 남북한 간 평화 수준의 격차가 크다고 포럼은 지적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평화 수준이 높았던 나라로는 89.6점을 얻은 독일이 선정됐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건실한 경제를 유지하는 점 등이 높이 평가돼 3년 연속으로 평화지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평화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는 남수단(20.0점)이었다. 수단에서 2011년 분리 독립한 이후에도 분쟁이 계속되는 점 등이 반영됐다.

한편 WPI는 세계평화포럼이 143개국의 평화 수준을 국내정치, 군사·외교, 사회·경제 분야 통계지표를 바탕으로 분석해 100점 만점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등이 벌어진 2000년대 초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고 2000년대 중반부터 상승세를 타다 국제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9년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전개된 정치적 혼란 등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이번에 공개된 수치는 2014년 상황을 분석해 2015년 1월 1일 기준으로 측정한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