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이 당 중앙판공청 주임 재직 말기 중난하이(中南海) 경비 기밀등 국가 기밀을 대량으로 빼낸 후 낙마하자 미국에 제공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작년 12월 부패 혐의로 낙마한 지 8개월 만인 지난 7월 공직·당적을 모두 박탈하는 ‘쌍개’(雙開) 처분을 받은 링 전 부장이 빼낸 국가 기밀 중에는 중난하이의 지형과 경비 편제 및 절차, 비밀 초소, 통신 암호는 물론 돌발사건 발생시 당·정·군 핵심 기관 간 분담 역할과 관계 등이 포함돼있다고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 RFI가 13일 홍콩 잡지 ‘쟁명(爭鳴)’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이징(北京)의 중난하이는 중국 지도자들의 거처와 핵심 권력 기관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이밖에 전쟁 발생시 핵무기 사용을 비롯한 중국의 대응에 대한 당 중앙과 중앙 군사위 간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핵심 기밀도 들어있다고 RFI는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링 전 부장의 국가 기밀 절취에 대한 보고를 받고 분노하며 그를 권력에서 제거한 데 이어 중앙 판공청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조사 결과 판공청 19개 부문 85명의 책임자 가운데 72명이 교체됐고, 링 전 부장과 밀접한 관계이던 직원 55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이중에는 링 전 부장의 정부(情婦) 5명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멍젠주(孟建柱) 중국 공산당 중앙 정법위원회 서기는 작년 10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 폐막직후 열린 정법공작회의에서 리 전 부장이 국가 기밀을 대량 빼내 미국에 유출했다고 말했다고 홍콩 월간지 ‘전초(前哨)’ 최신호가 전했다.
멍 서기는 중국 건국 60년 이래 ‘링지화 사건’ 같이 복잡하고 전모를 파악하기 힘든 사건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멍 서기는 지난 9월 시 주석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 제이 존슨 미국 국토안보부(DHS) 장관과 만나 미국으로 도피한 링 전 부장의 동생 링완청(令完成)의 송환을 요구했다.
링완청은 링 전 부장이 빼낸 국가 기밀 2700여건을 가지고 미국에 도피한 후 이를 미국 정보 당국에 넘겼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中 링지화, 권력 심장부 중난하이 경비기밀 등 빼내 美에 넘겨”
입력 2015-12-14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