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신청사에서 14일 개최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한 지휘관과 국방부 직할 기관장들은 회의 끝순서로 대국민 신뢰 회복 방안을 놓고 50여 분간 난상토의를 벌였다.
'자고 일어나면 터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던 방위사업 비리를 비롯한 수년째 계속해온 병영문화 개선 노력에도 군내 각종 비리 등이 사그라지지 않는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보자는 것이 토의시간을 마련한 의도였다.
150여명의 지휘관과 기관장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올해 업무 평가, 내년도 업무 추진계획, 국민 신뢰 제고 방안 토의 순으로 90여분간 진행됐지만, 토의 시간만 50여분이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방위사업 비리 등 모든 비위 사건을 모두 올려놓고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이를 근절시키는 방안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자는 토의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방위사업 비리와 군내 각종 사건사고 등으로 따가운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듯 표정은 밝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철저히 자성하는 가운데 국민 신뢰를 찾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국민은 군에 도덕성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지뢰포격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때는 지지했지만, 방위사업 비리는 냉혹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여러 상황에 관해 성찰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을 넘어 국민의 존중받는 군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장관은 토의에서 지휘관과 기관장에 대해 '언행'을 조심하라고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모든 불신은 상대방과 나와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만큼 국민의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 언행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과 관련해 미국의 핵심기술을 이전받는 협상과 관련한 방위사업청의 '말 바꾸기'와 미숙한 행정, 일부 지휘관들의 비뚤어진 행동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사청은 KF-X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다고 약속했다가 이를 번복했고 일부 지휘관들은 아직도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해 감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장관은 "투명한 국방운영"도 강조했다. 끊임없는 방위사업 비리 등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 국방부와 방사청이 국민의 '혈세'를 허투루 쓴다는 국민의 지적을 염두에 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지휘관과 기관장은 "국민과 장병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잘한 일은 잘한 것으로 홍보하고 못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수용해 발전시키자"는 등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첨단IT(정보기술) 사회에 부응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의 매개체를 통해 장병들이 가족과 사회와 소통하도록 적극 돕자"는 등의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자고 일어나면 또 터진다?” 한민구 장관, 방위사업 비리 냉혹하게 비판
입력 2015-12-14 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