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결렬에다 모란봉공연 무산까지 악재 겹친 한반도 정세 우려 목소리

입력 2015-12-14 12:58

남북 당국간 회담 결렬과 북한 모란봉악단 베이징 공연의 돌연한 무산이 한반도 정세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남북 차관급 회담과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은 별개의 사안이지만 남북관계나 북중관계의 개선 흐름과 맞물려 있는데다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한반도 정세의 안정화 국면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두 이벤트가 기대와 달리 거의 동시에 결렬 또는 무산되면서 이제는 오히려 한반도 정세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방북을 추진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 회담 결과를 주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가 반 총장의 방북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거론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 11일부터 이틀에 걸쳐 개성에서 제1차 차관급 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현안을 다뤘지만 현격한 견해차을 좁히지 못했다.

남북은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해 당장 8·25 합의 이후 계속됐던 대화 모멘텀 상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에 도착 후 공연준비에 열중이던 북한 모란봉악단의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 역시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이다.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첫 공연은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한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기점으로 시동이 걸린 북중관계 개선의 구체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상당히 상징적 이벤트로 여겨졌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 뒤 중국 당국이 공연관람 인사의 격을 당 정치국원(지도자급)에서 부부장급(차관급)으로 대폭 낮췄고, 이것이 공연 무산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공연무산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란봉악단의 공연 무산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간 8·25 합의와 10월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북한이 긍정적 사인과 부정적 사인을 동시에 내왔는데 약간의 셋백(후퇴)은 있을 수 있고, 두 기조가 나란히 계속 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의 긍정적 사인은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시사했던 장거리 로켓 발사나 제4차 핵실험을 자제하고, 남북대화에 나선 점 등을, 부정적 사인은 북한이 지난 5월에 이어 최근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하고 '수소폭탄 보유' 발언이 나온 것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이 당장 최근의 흐름에서 역주행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북한이 내년 5월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우호적 대회환경 조성에 나섰고, 최근 남북대화와 북중관계 개선 흐름은 이 같은 차원에서 나온 만큼 갑자기 노선을 바꿔 정세악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외환경 개선을 염두에 둔 북한의 행보가 다소 주춤은 하더라도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회담에 대해서도 "북측이 회담 결렬에 대해 책임 전가 등 비난은 하면서도 '남측과 도저히 대화를 못하겠다'는 정도의 대화거부는 말하지 않고 있다"면서 후속 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