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완전히 결별하면서, 둘 사이에 '끼인 처지'가 된 박원순 서울 시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박 시장은 13일 안 전 대표의 탈당 소식을 접한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타깝다는 말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있겠나"라며 "두 분 중 누구의 책임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 측은 14일 "두 분이 열심히 대화를 해 함께 가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결론이 나면서 박 시장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하며 "안 전 대표가 탈당하긴 했지만 아직 그에 대한 의미 파악이 완전히 된 건 아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박 시장은 어제도 서울역 고가 폐쇄 현장에 가는 등 시정에 전념하고 있다"며 "당무나 중재역할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하겠다는게 기존 입장이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제까지 둘 사이에서 '등거리'를 유지하면서 절묘하게 균형을 맞췄다.
박 시장은 안 전 대표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등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최근에는 문 대표가 이른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하자 수용 의사를 밝히며 문 대표의 손을 잡기도 했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문안박 체제를 두고 충돌하자 중재자 역할로 나선 것도 바로 박 시장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이번에도 쉽사리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입장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정면 충돌하면서 상대적으로 박 시장이 반사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부에서 나온다"며 "박 시장이 섣부르게 한 쪽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당분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서울시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총선 직전이 되면 박 시장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총선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시장으로서도 원내에 교두보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나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 등 측근들의 선거에는 발벗고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문재인-안철수 사이에 끼인 신세’ 박원순 “좀더 지켜보겠다”
입력 2015-12-14 1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