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울증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에서 남녀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는 갑작스레 성욕이 감퇴될 때, 여성의 경우 피로감이 급격히 심해질 경우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장성만 교수팀은 인하대 의대·서울대 의대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2001년과 2006년·2011년에 각기 시행된 전국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에 참여한 1만880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제1저자 김지현 인하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KMS) 12월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한국인 전체를 대표하는 일반인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한 이번 분석에서 성별 우울증 유병률은 여성 3.3%(397명), 남성 1.5%(110명)였다.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이 남성보다 2배가량 높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울증의 여러 증상에서는 남녀 간 차이가 컸다. 조사 대상자들의 나이와 고용상태 등의 변수를 바로잡았을 때 여성 우울증 환자는 남성보다 피로감(2.8배)이나 수면과다(2.5배), 자살시도(1.3배), 생각과 행동이 느려지는 심한 정신운동지체(1.5배) 등을 많이 호소했다.
반대로 남성 우울증 환자가 여성에 비해 가장 많이 호소한 증상은 성욕 감퇴로 여성의 2배 수준이었다. 불면증이나 우울감, 존재감 상실 등도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이 호소하는 증상에 속했다.
연구팀은 정신질환의 유병률과 증상이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난 것은 남녀간 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의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성만 교수는 “최근에는 성별에 따라 우울증에 관련된 뇌의 에너지 대사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과 여성호르몬이 신경내분비 기능 이상에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며 “향후 우울증 환자를 평가할 때 성별에 따른 증상의 차이를 고려해 치료 목표를 정하고, 약물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男 '성욕 떨어지면' 女 '피로하고 잠오면'…우울증 의심
입력 2015-12-14 07:52